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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발상을 바꾸는 일

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 출범
개발중심사고에서 전환 계기
함께 만들어가는 양산 정체성
성숙한 시민사회 토대로 기대

이현희 기자 / newslee@ysnews.co.kr입력 : 2016년 05월 31일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영국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Edward Hallett Carr)는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이제 6월, 보훈의 달이다.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을 기리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기다.

보훈의 달을 맞아 의미 있는 단체가 출범했다. 바로 (사)양산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다. 지난해 9월 양산시민신문은 “우산(右山) 윤현진(尹顯振), 우리가 기억해야할 이름”이라는 창간 12주년 특별기획을 준비하고 보도했다. 이후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에 대한 선양사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그 결과 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 출범이라는 결실을 보게 된 셈이다.

기념사업회 출발점이 된 윤 선생은 양산 출신으로 항일독립운동을 이끈 대표 인물이다. 1892년 상북면 소토리 내전마을에서 태어나 불과 17세 소년의 몸으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30세 꽃다운 나이로 순국했다. 선생은 1919년 고향에서 만세운동에 적극 참여했다가 일제 탄압에 중국으로 건너간 뒤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핵심인물로 참가했으며, 임시정부 초대 재무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기획재정부 장관에 해당하는 요직이다.

선생은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 자금을 조달하는 중책을 담당하면서 활약했지만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21년 9월 불과 30세 나이로 상해에서 요절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1962년 선생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으며, 광복 50주년이었던 지난 1995년 유해를 봉환해 대전 국립묘지에 안장했다.

당시 개봉한 영화 ‘암살’ 탓이었을까? 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되돌아본 우리 상황은 막막하기만 했다. 윤 선생 생가는 공업지역에 둘러싸여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든 상황이다. 비단 윤 선생뿐만 아니다. 양산지역 출신 독립운동가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윤 선생과 함께 정부가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한 서병희(徐炳熙) 의병장은 1867년 상북면 좌삼리에서 태어났다. 1907년 서울로 올라가 왕산 허위(許爲) 의병장 휘하에 들어가 군사훈련과 의병활동을 함께했고, 그해 겨울 전국 13도 창의군이 결성됐을 때 총대장 이인영 휘하 군사장(軍師長)으로 발탁됐다. 서 의병장이 이끄는 부대는 2년 간에 걸쳐 체포될 때까지 끊임없는 전투로 일본을 괴롭혔다.

서 의병장 역시 독립운동 성과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기념사업 하나 추진하지 못했다.

이밖에도 양산 출신으로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은 이는 애국장 6명, 애족장 16명, 건국포장 4명, 대통령 표창 10명 등이다. 또한 독립운동 공로를 인정받았지만 서훈을 받지 못한 이도 40여명에 달한다. 그렇지만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우리는 그들을 외면해왔다. 그들의 흔적은 개발과정에서 하나 둘 사라져갔고, 그들의 후손은 뿔뿔이 흩어져 근근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 모두는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지만 빚을 갚기는커녕 기억조차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념사업회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로 출범을 선언했다.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을 빌리면 다시 대화를 시작한 셈이다. 신라시대 삽량주부터 전통을 이어온 양산은 이제 인구 30만을 넘어선 중견자립도시로 그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양산시민 누구나 ‘양산’하면 떠오르는 공통분모가 없다는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양산시민을 하나로 묶을 정체성을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양산이 지금까지 발전한 것은 지역 스스로의 힘이라기보다 외부 영향이 컸다. 고속도로 건설, 공단 개발, 신도시 조성 등 굵직한 개발사업이 발전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다양한 생각과 능력을 가진 시민이 늘어나면서 양산이 지금까지 주도해온 발전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여전히 ‘개발’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개발중심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맞물리고 있다.

과거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양산은 문화불모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새로 양산에 삶의 터전을 잡은 시민은 양산에서 즐길 문화가 없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유입인구가 많다보니 시민의식도 자리 잡지 못했다. 나와 연결고리가 없는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에서 시민의식, 공동체의식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지역사회에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 하나 갖지 못한 도시에서 시민사회가 지자체를 견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양산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 출범은 그런 의미에서 양산시민이 하나 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품격 있는 도시로 거듭나는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 양산이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는 시작점이길 희망한다. 더 이상 먹고 사는 문제에 갇혀 발상 전환 없이 떠밀려 가는 발전이 아니라 양산시민이 함께 목표를 공유하고 실천하는 새로운 출발이길 기대한다.
이현희 기자 / newslee@ysnews.co.kr입력 : 2016년 0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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