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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래를 보다

피라미드 앞에서야 깨달은 사실
“발아래 숨어 있는 진실을 보라”
아는 만큼 보이는 진실이 아닌
또 다른 진실 찾는 언론 역할 고민

이현희 기자 / newslee@ysnews.co.kr입력 : 2017년 11월 14일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몇 해 전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이집트를 찾은 적이 있다. 굳이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피라미드는 신비로운 건축물이다. 고대 이집트 지배자 무덤으로 알려진 피라미드는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모습만으로도 경이롭다. 많은 여행자들이 이집트를 찾는 이유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인류 힘으로 과연 이 거대한 건축물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증을 가지고 이집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죽기 전에 한번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망설임을 이긴 셈이다. 이집트 수도인 카이로에 도착한 후 숙소에 짐을 풀고 다음 날 찾게 될 기자지구 피라미드 풍광을 떠올리며 잠을 청했다.

교통혼잡으로 악명이 높은 카이로 시내를 어렵게 벗어나자 곧 저 멀리 삼각뿔 모양 피라미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자지구 입구에서 보이는 피라미드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언덕을 오르자 곧 사진으로만 봤던 스핑크스가 눈에 들어왔고, 그 너머로 가지런히 대지 위에 솟아 있는 피라미드 3개가 점점 커다랗게 다가왔다. 그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웅장하다고 알려진 쿠푸왕 피라미드가 단연 눈에 띄었다. 

쿠푸왕 피라미드는 기원전 2천650년경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70여개 이집트 피라미드 가운데 가장 오래됐고, 그 규모가 크다. 원래 높이만 145m이었다니 웬만한 아파트 높이보다 높다. 아래에서부터 하나하나 쌓아 올린 수톤 무게 석재들만 200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막상 피라미드 바로 아래에 서니 머릿속으로 그렸던 신비로움과 웅장함은 초라하게 여겨졌다. 상상 이상으로 피라미드는 신비롭고 웅장했다. 가장 아래 놓은 돌덩어리는 내 키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 컸고, 자로 잰 듯 늘어선 돌덩어리는 한참을 걸어서야 끝에 닿을 수 있었다. 쏟아지는 햇살 아래 황량한 사막을 수천년간 지켜온 피라미드에 반해 고개 아픈 줄 모르고 꼭대기를 바라봤다. 

그 순간 동행한 이집트인 친구가 내 어깨를 툭툭 치더니 발아래를 가리켰다. 나와 이곳 피라미드를 찾은 모든 이들은 고개를 들어 피라미드 정상을 바라보기 바빴는데 친구가 손가락으로 발아래를 가리키고 나서야 고개를 숙이고 발과 맞닿은 거대한 암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친구는 “하나 무게만 수톤이 넘는 돌덩어리 수백만개를 모래사막에 쌓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먼저 모래사막에 지반을 다져야 했다”며 “사람들은 사막 위에 우뚝 솟은 피라미드 상단만 기억하지만 더 놀라운 건 바로 당신 발아래 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피라미드 사진을 보면서 신비롭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정작 모래사막에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그 기반을 마련했을까 의심해본 적이 있었던가 떠올렸다. 눈앞에 피라미드를 보면서도 발아래 건축물을 떠받들기 위해 쌓은 암반은 존재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원래 그곳에 단단한 암반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지금 눈앞에 보고 있는 삼각뿔 형태의 기묘한 건축물이 수천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기본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상누각(沙上樓閣, 모래 위에 세운 누각)이라는 고사성어가 새삼 떠올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우리는 늘 우리가 보고 싶은 진실만을 보는 경향이 있다.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바라볼 때 전체를 외면하고 부분에 집착하는 버릇은 늘 우리를 진실과 멀어지게 한다. 언론 역시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당위를 가졌지만 실상은 부분의 진실을 파악해 전달하는 역할에 그친다.

그럼에도 언론이 필요한 이유는 부분의 진실을 통해 전체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지역언론은 지역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지역 변화를 기록하고 변화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 무수히 많은 오류를 범하기 마련이다. 오늘날 우리 언론이 많은 이들에게 비난을 받는 이유는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독선 탓이라는 생각을 떠올린다. 독선은 부분을 전체로, 오류를 진실로 치환하기 마련이다. 진실의 피라미드 앞에 서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한눈에 담기도 버거운 거대한 피라미드 앞에서 왜소한 인간을 느끼고 난 뒤 밀려드는 생각은 지역언론인으로 십수년 살아온 세월 동안 나는 얼마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왔냐는 후회였다. 그리고 왜소한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또다시 진실의 피라미드 앞에 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여행을 마친 후 다시 지역신문에 몸을 담고 일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고개 들어 피라미드 정상을 바라보는 일만큼 발아래를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언젠가 답을 찾을 수도,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발아래 숨어 있는 또 다른 진실이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고 있다.
이현희 기자 / newslee@ysnews.co.kr입력 : 2017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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