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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수해 복구 중 희귀종 발견된 양산천
신재생에너지 풍력발전 설치 논란 등
해묵은 논쟁거리인 ‘환경’과 ‘개발’
두 가치 충돌로 딜레마에 빠진 양산시

홍성현 기자 / redcastle@ysnews.co.kr입력 : 2018년 04월 17일
 
↑↑ 홍성현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그래 네 말이 맞다. 듣고 보니 네 말도 맞구나” 이렇게 속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우리 생활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현안은 결국 하나의 결론을 요구한다. 문제는 그 결론에 모두가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공공을 위해 현저한 이익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가치 기준에 따른 사안의 경중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라면 쉽사리 결론을 짓기 어렵다. 

흔히 ‘딜레마에 빠졌다’고 부르는 상황이다. 딜레마(Dilemma)는 논리학에서 삼단논법에 따라 어떻게 해도 같은 결론이 나는 상황을 말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할 때는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졌다는 의미다. 두 개의 판단 사이에서 어느 쪽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 즉 빼도 박도 못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대개 언론에서 주장과 주장이, 논리와 논리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사안을 다룰 때 ‘논란’이라는 단어로 상황을 표현한다.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골치 아픈 문제를 ‘논란’이라는 단어로 정리하는 것이다. 언론이 다루는 기사 제목 가운데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바로 ‘논란’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우리는 쉽게 풀기 어려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수많은 논란거리 가운데서도 ‘환경’과 ‘개발’은 해묵은 주제인데, 그만큼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이기도 하다. 인류가 환경을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보존해야 한다는 개념이 생긴 이후 이 문제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듯싶다. 
 
한창 시세가 커지고 있는 양산시에서 환경과 개발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양산천에서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된 얼룩새코미꾸리가 다량 발견됐다. 얼룩새코미꾸리는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전 세계를 통틀어 낙동강 수계에서만 사는 대단히 희귀종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희귀 물고기의 서식처인 양산천은 중장비가 쉴 새 없이 오가며 하천 바닥을 헤집고 있다. 2016년 10월 태풍 차바가 할퀴고 간 수해 복구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호계천 합류부~통도사 입구까지 상북면과 하북면을 지나는 14km 구간에 삼계교와 소석교 등 교량 5곳을 재가설하고, 하천 제방 보강, 바닥 준설 등을 진행한다. 

환경단체는 수생환경 재조사를 요구했다. 양산천은 천연기념물 수달 서식지인 데다 지난해 11월 이미 한 차례 얼룩새코미꾸리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된 터라 멸종위기종 보호조치를 한 뒤 공사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별다른 조처 없이 마구잡이로 공사를 진행해 수생 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경남도는 환경도 중요하지만 주민 생명권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한 차례 공사가 중단된 이후 준공 시점을 11월로 연기한 뒤에도 또다시 공사를 중단하면 해를 넘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해를 입은 주민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속한 피해 복구를 바라고 있다. 

신불산 일대도 논란 지역이다. 몇몇 업체가 2020년까지 신불산 자락에 10만3천546㎡ 규모 산업단지를 건설하려 하자 환경단체와 주민, 종교시설 등이 반대하고 나섰다. 반대하는 측은 환경 파괴와 주민 생활권 침해를 주장한다. 사업을 추진하려는 쪽은 원활한 기업 활동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운다.

화석연료와 원자력 사용을 줄이고자 도입한 신재생에너지 정책도 딜레마다. 이명박 정부가 도입한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이후 특히, 풍력발전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초 신불산 자락에 풍력발전기 6기 건설이 추가 추진되면서 시시비비가 일었다. 풍력발전기 건설 과정에서 대규모 산림 훼손이 불가피하고, 인근 주민은 저주파와 소음 공해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풍력 발전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라 청정에너지인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겠다는데 환경 훼손 문제가 걸리니 답답할 만도 하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쓰지 말자고 하면서 그 대안인 신재생에너지도 안 된다고 하니 어쩌란 말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하다. 위 사례 중 어느 것 하나 쉽게 결론을 낼 수 없는 문제다. 

사실 모범답안은 있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하며 충분한 여론 수렴과 조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제도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완벽한 제도는 없지만 그마저도 사람이 운용하는 것이라 논란을 잠재우기보다 늘 새로운 논란만 부추기는 모양새다. 
 
다만, 개발에 앞서 환경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개발 혹은 환경이라는 각각의 상황에 따른 이익과 편리함, 반대로 그에 따른 고통과 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두 행위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한다.
홍성현 기자 / redcastle@ysnews.co.kr입력 : 2018년 0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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