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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갇힌 일상


홍성현 기자 / redcastle@ysnews.co.kr입력 : 2019년 03월 12일
 
↑↑ 홍성현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그것이 언제라고 해도 전혀 다를 것 없던 그저 평범한 날의 저녁 시간이었다. 네 살배기 딸아이가 과자를 먹고 싶다고 졸라서 아이 손을 잡고 집 앞 슈퍼마켓에 과자를 사러 나갔다. 길모퉁이에서 이웃을 만났는데, 첫 마디가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한데, 아이를 데리고 나와도 괜찮아?”였다. 평소 같았으면 “저녁 먹었어?”로 시작해야 할 대화가 어느새 미세먼지로 바뀌어있다. 

미세먼지는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이달 들어 전국을 뒤덮은 사상 최장ㆍ최악의 미세먼지 탓에 어디를 가나 온통 미세먼지 이야기뿐이다. 연일 외출을 삼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문자메시지가 날아온다. 동면하던 개구리가 깨어났다가 미세먼지에 놀라 다시 자러 들어갈 판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미세먼지 농도부터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 주말 날씨를 확인할 때 비 예보보다 미세먼지를 먼저 살피고 있다. 집 안에 있는 공기청정기는 24시간 돌아가고 있다. 공기청정기를 하나 더 들여야 하나 고민도 한다.

미세먼지가 ‘측정 불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했던 지난 6일, 경남도를 비롯해 부산시와 울산시에서 긴급재난문자가 앞다퉈 날아왔다. 시민에게 차량 2부제 동참을 권고하는 동시에 공공기관은 차량 2부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바깥 공기를 피해 보려고, 혹은 아이들을 차량으로 데려다주려고 평소보다 더 많이 차를 몰고 나왔기 때문일까? 어찌 된 일인지 출근길에 평소보다 차량이 더 많았다.

정부가 고농도 미세먼지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미세먼지 예보를 기존 3일에서 7일로 확대하고, 도로 위 미세먼지 제거를 위해 살수차 운행을 확대한다. 낡은 석탄발전소 2기의 조기 폐쇄를 검토하고, 공공건물 옥상에 공기정화설비를 시범 설치한다. 3일 이상 비상저감조치 발령 때는 국가ㆍ공공차량 전면 사용 제한과 5일 이상 발령 땐 차량 등급제에 따른 운행 제한도 검토한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국민을 만족하게 하는 대책은 없다. 물론 국내 발생 요인이 있지만, 국민이 바라보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은 명백하다. 중국이다. 우리 정부도 “중국발 원인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이를 인정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정부를 성토하는 글이 주를 이룬다. 원인이 명확한데, 중국에 제대로 항의도 못 하면서 애꿎은 국민만 쥐어짠다는 불만이다. 특히, 서민경제에 민감한 경윳값 인상을 검토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미세먼지 없는 날에는 경유차 운행을 안 했나?”, “자동차도 별로 없는 북한은 왜 그러냐?” 등등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사뭇 감정적인 반응 속에 중국 외교부 입장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 정부가 미세먼지 압력을 받는 건 이해하지만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며 “외부에 원인이 있다고만 생각하면 해결하지 못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 중국발 미세먼지가 날아온다고 화를 내면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해결책이 될 리 없다. 먼저 국내 발생 요인을 최대한 줄였을 때 중국에 항의도 하고, 대책 마련도 촉구할 수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우리 주장도 그만큼 힘을 얻게 된다. 이후 중국을 비롯한 이웃 국가들과 원만한 협력도 이끌어 낼 수 있다. 미세먼지 문제는 선진국도 이미 겪었다. 그들도 국내 발생 요인을 줄이면서 이웃 국가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상황은 희뿌연 하늘만큼이나 답답하기만 하다. 미세먼지 상황은 전국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만, 유독 취약계층이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더욱더 답답하고 안타깝다. 마스크 착용은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지만, 저소득층에게는 마스크 비용은 큰 부담이다. 그렇다고 생계를 위해 야외활동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열악한 주거환경에서는 집안이나 밖에나 미세먼지 농도는 큰 차이가 없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다. 지자체가 미세먼지 대책을 세울 때 저감과 함께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바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일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에서 다시 한번 답답함이 가득하다. 미세먼지가 짙어지고 길어지면서 한숨도 함께 깊어지고 넋두리도 길어진다.
홍성현 기자 / redcastle@ysnews.co.kr입력 : 2019년 0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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