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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공원이길…


홍성현 기자 / redcastle@ysnews.co.kr입력 : 2019년 07월 23일
 
↑↑ 홍성현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金福童) 할머니. 나라 안팎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증언해온 평화운동가 ‘김복동’이라는 이름에서 ‘양산’을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불꽃처럼 뜨거웠던 그가 스러지고서야 비로소 양산 출신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양산시는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1일까지 양산종합운동장에 분향소를 설치ㆍ운영했다. 고됐던 삶의 무게를 벗어버리고 고향 양산에서 영면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그에 앞서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어느 누구도 김 할머니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고국으로 돌아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갈 때 위안부로 끌려갔을 당시 그토록 그리워했을 고향에서는 별다른 도움이 없었다. 세상을 등지고 그의 일대기가 알려지고서야 양산이 고향이었다는 사실이 회자됐을 정도다. 양산시는 분향소를 설치하면서 당시 군속명부를 확인한 결과 그때서야 김 할머니 본적이 ‘양산군 양산면 남부동 231번지’에 ‘21세’로 기록된 것을 파악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 1월 28일 밤 10시 41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93세. 1926년 양산 출생으로 불과 만 14세였던 1940년 일본군에 끌려가 22세에 돌아왔다. 1992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 공개한 후 이듬해인 1993년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최초로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성노예 피해를 증언한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이었다.

2012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에서 함께 기거하는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나비기금’을 발족했다. 나비기금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일본의 공식 사죄와 함께 받게 될 법적 배상금 전액을 전 세계 전쟁 성폭력 피해자 등 각종 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성을 위해 기부하는 기금이다. 2015년에는 분쟁지역 피해 아동 지원과 평화활동가 양성에 써달라며 평생 모은 돈 5천만원을 나비기금에 기부했다. 나비기금은 이 돈으로 ‘김복동 장학기금’을 만들었다.

김 할머니는 2015년 5월 국경 없는 기자회와 프랑스 통신사인 AFP가 선정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인의 영웅’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공익사단법인 정(이사장 김재홍ㆍ김용균)이 제정한 ‘바른의인상’ 첫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재일동포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고 알려졌다.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인지 일본 정부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재일조선학교 학생에게 유독 관심이 많았다. 2016년부터 재일조선학교 학생 6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던 김 할머니는 지난해 11월 22일 병상에서도 재일조선학교 학생들 장학금으로 쓰라며 3천만원을 더 내놓았다.

김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워 달라. 재일조선학교 아이들을 지원하는 문제를 나를 대신해 끝까지 해달라”는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김 할머니가 이마에 송골송골 진땀이 맺히면서 온 사력을 다해 한 말이라고 전했다. 김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문재인 대통령은 빈소를 조문했다. 현직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조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양산시의회를 비롯한 양산지역 사회단체 21곳이 힘을 모아 (가칭)김복동 평화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15일 첫 회의를 열어 (가칭)김복동 평화공원 조성사업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류은영 양산시여성단체협의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후 참여 단체를 확대한 뒤 범시민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양산시민의 공감대를 넓혀갈 계획이다.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원하지 않던 삶을 살아야 했던, 그 고통을 온몸으로 묵묵히 견디며 평생을 평화와 인권 회복을 위해 노력했던 김 할머니의 정신을 기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늦었지만 우리가 싸우는 방식이어야 한다. 꽃보다 아름다운 평화공원에서 나비가 된 김 할머니가 웃으며 마음껏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덧붙여 김 할머니의 소원은 마지막까지 아베의 진심 어린 사죄를 받는 일이었다.
홍성현 기자 / redcastle@ysnews.co.kr입력 : 2019년 0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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