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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판사를 바꾸자


양산시민신문 기자 / mail@ysnews.co.kr입력 : 2020년 07월 28일
 
↑↑ 박동진
소토교회 목사
ⓒ 양산시민신문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법치국가였다.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에도 ‘8조법’(八條法)이라는 법률이 있었고, 이후 세워진 모든 나라와 왕조도 통치 근간이 되는 법이 있었다. 법은 인간의 존재와 생명을 존중하고,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당연히 지켜야 할 윤리와 규범을 정해 이로 사회를 조정하고 다스리는 기준이다. 무질서하고 폭력이 난무해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곳을 두고 무법천지라고 한다. 법이 없는 세상이 그렇다. 법치가 흔들린다는 것은 국가 근간을 흔드는 일이기에 법을 맡아 집행하고 실행하는 이들의 책임은 더할 나위 없이 크다. 성경에도 ‘재판할 때에 불의를 행하지 말며, 가난한 자의 편을 들지 말며, 세력 있는 자라고 두둔하지 말고, 공의로 사람을 재판하라’(레19:15)고 명령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우리나라는 이 법치가 아주 심각하게 무너져 있는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9년 회원국 37개국을 대상으로 각국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해 순위를 매긴 조사 결과 우리나라가 꼴찌였다. 그 이전인 2018년에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사법부 판결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불신’(매우 불신 17.6%, 상당히 불신 19.6%, 다소 불신 26.7%) 응답이 63.9%로, ‘신뢰’(매우 신뢰 2.2%, 상당히 신뢰 5.4%, 다소 신뢰 20.0%) 응답(27.6%)의 두 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일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 연령층, 정당 지지층, 이념 성향에서 사법부 판결에 대한 신뢰도가 보통 수준인 50점에 크게 못 미치는 30점대로 집계됐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행태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지지부진하고, SK부터 현대, CJ에 이르기까지 재벌그룹 3세들은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이들이 잇따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모 국회의원의 딸도 마약을 밀반입하다 체포됐지만 역시 집행유예에 그쳤다.

국민의 법 상식에 못 미치는 이해할 수 없는 판결도 이어졌다. 최근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다 체포된 손정우에 대해 1심 판결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2심 판결은 징역 1년 6개월을 판결했다. 손 씨는 이 징역형 덕분에 군 복무를 면제받았다. 이 판결로 우리 사법부는 배고파 계란 18개를 훔친 생계형 범죄와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가 같은 형량이라며 세계적인 비웃음거리가 됐다. 미국 사법당국은 손 씨를 미국에서 처벌받게 하겠다며 우리 정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해왔지만, 우리 재판부는 사법 주권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그런데 손 씨의 미국 인도를 거부한 강영수 수석부장판사는 과거 음주 뺑소니 사고 용의자의 미국 인도는 허용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영수 판사를 대법관 후보에서 제외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무려 52만명 이상이 이에 동의했다.

최근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직업군에 판사도 거론되고 있다. 인터넷에는 판사를 AI로 바꾸라는 말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는 사법연수원에서 우수한 성적순으로 판사에 임용된다. 한 마디로 머리 좋은 수재들이 판사가 되는 구조다. 그런데 머리 좋은 수재를 다른 말로 암기왕이라고 하고, 또 사회적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비판받는다. 왜냐하면 판사가 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공부만 주야장천 하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경험이 일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법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지만 그 외에는 문외한이다. 하지만 이들이 판결해야 하는 분야는 엄청나게 다양하고 또한 전문화돼 있다. 그러니 법전만 달달 왼다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고 유무죄를 판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정의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판결도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판사가 된다. 연방 행정법원 판사는 변호사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일부 주의 행정법원 판사 및 기타 심리사무관의 경우 변호사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 미국은 판사를 선거로 뽑기도 하고, 주지사가 임명하기도 한다. 판사 자격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과정과 다양한 채널로 판사를 충원하고 있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여기에 배심원제가 어우러져서 소수의 법조 권력에 의해 판결이 좌우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소년급제 엘리트주의 판사가 아니라 다양한 실무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소양 있는 사람들이 판사가 되도록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머리 좋은 사람이 판사가 돼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더 머리 좋은 AI가 판사를 못 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 mail@ysnews.co.kr입력 : 2020년 0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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