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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억상자..
오피니언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억상자

홈페이지 담당자 기자 119@dkbsoft.com 입력 2024/02/20 09:39 수정 2024.02.20 10:59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얼마 전에 ‘기억상자’라는 말을 들었는데, 생소한 말이라 얼른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사람의 두뇌인가 했지만 내 머리를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니고, 컴퓨터인가 하니 예전에는 그렇게도 부른 것 같은데 요즘은 아닌 것 같다. 정식 사전에는 등재돼 있지 않고 국립국어원에서 시범 운영 중인 사용자 참여형 온라인 국어사전 ‘우리말샘’에 이렇게 나온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기록이나 물건을 담아서 후세에 온전히 전할 목적으로 고안한 용기. 대개 땅속에 묻어 둔다’

아! 그러니까 ‘기억상자’란 내가 알고 있는 ‘타임캡슐’을 말하는 것이었다. 계속 검색해 보니 ‘기억상자’는 일상생활에서도 넓은 의미로 널리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 속에서는 이미 심심찮게 등장했고, 깉은 이름의 노래와 책도 있었다.

일상에서 이 말의 쓰임새를 보면 사전적인 거창한 뜻보다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소중한 기억이나 사건, 물건 등을 잊지 않거나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필요로 할 때 쉽게 찾기 위해 넣어두는 용기나 특정 장소가 기억상자인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지만 쓸 때마다 10분, 20분씩 또는 그 이상씩 찾다가 시간 다 보내는 나 같은 이들에게는 자주 쓰는 물건을 종류별로 분류해 둔 기억상자가 꼭 필요하다.

예를 들면 자동차 키, 지갑, 시계, 반지, 모자 등 신변용품이나 손톱깎이, 드라이버, 병따개, 건전지 등이 있다. 일기는 가장 효율 좋은 기억상자가 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매일 쓰는 신변용품 몇 가지는 항상 그 자리에 두고 눈감고도 손만 뻗으면 잡을 정도이니 이미 자신도 모르는 기억상자 애용자라고 할 수 있겠다.

중요한 것은 신변용품보다도 우리 기억인데, 올해로 수립 105년을 맞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기억이 그중 하나다. 양산시립독립기념관에서는 2월 20일부터 3월 31일까지 40일 동안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억상자」 특별순회전을 개최한다. 개관 후 첫 삼일절을 맞아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특별전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서부터 광복까지 활동 과정과 해방된 조국에 환국, 이후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가 이를 계승하기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가 될 것이다.

그러면 이 특별전을 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기억상자」라고 했을까? 여기서 ‘기억상자’는 2022년 삼일절에 개관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상설전시 내용을 축약해 담은 4개의 이동형 전시상자를 말한다. 이 기억상자는 임시정부기념관 주요 전시 유물과 내용을 전국 각지 독립운동 관련 기관에서 확인하고, 기억을 불러올 수 있도록 기획된 것이다.

각기 주제를 가진 4개의 기억상자는 화면판(패널), 모형,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한민국 임시헌장,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원 사진, 애국가 악보 등 임시정부 수립(1919년 4월 11일) 이후 주요 활동을 담고 있다. 또한, 1945년 광복 이후 임시정부 요인들의 환국 과정에서 사용된 김붕준 선생 트렁크와 양복 등 다양한 복제 유물을 담고 있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인상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특별전 안내 홍보자료에서 알려주는 4개의 기억상자에 담긴 주제와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억상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 공화정의 시작>은 우리나라 최초 민주공화제 정부인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는 과정을 다뤘고, 임시헌장을 제정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임시정부는 1919년 3.1운동에서 독립국임이 선언된 이후, 상해 프랑스 조계(租界)에 자리했으며, 대한민국 원년(1919년) 4월 11일 정부를 수립했다.

둘째 기억상자 <대한민국의 뿌리,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광복의 그날까지 한민족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활동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외교, 군사, 행정,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 활동을 이어나갔다.

셋째 기억상자 <그대들 돌아오시니, 환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독립운동 최전선에서 광복을 맞이한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임시정부는 비록 국제적 제약으로 연합국 구성원으로 승인받지 못했지만 국민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으며, 환국 이후 혼란 속에서 새 나라를 세우기 위해 힘썼다.

넷째 기억상자 <대한민국, 여기서 시작하다>는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임시정부로부터 헌법, 국호, 태극기, 애국가, 정부 주요 인물, 국가 기념일에 이르기까지 이어받았다.

여기에 더하여 <윤현진, 상하이에서 자주독립을 꿈꾸다>라는 작은 전시도 함께 준비돼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재무차장으로 활약한 우리 양산의 독립운동가 우산 윤현진 선생의 편지 ‘어마님 젼 상셔’와 유학 시절 사진 등 관련 유품을 함께 선보여 더욱 뜻깊은 전시가 될 것이다. 물론, 우리 문화관광해설사들도 방문객 이해를 돕기 위해 기억상자를 열심히 들춰보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억상자’ 순회전 포스터. [양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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