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두께라야 130쪽밖에 안되고 지은이가 말하는 것도 소 부려 밭 갈고, 부지런히 심고 가꾸는 맨 농사짓는 이야기뿐이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웅숭깊은 뜻과 지은이가 농사짓기를 통해 얻고 깨달은 삶의 지혜가 가져다주는 울림이 여간 크지 않다. 우선 아무데나 펼쳐보자.
"참삶이란 부단히 버리고 끝끝내 지키는 일의 통일처럼 느껴집니다, …… 버릴 줄 알아야 지킬 줄 알겠는데 버리지 못하니까 지키지 못합니다."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건 자연의 운행과 역사의 과제에 충실한 삶을 사는 건데, 세상의 흐름은 자연과 멀어지고 역사보다는 순간과 개인적인 삶으로 오그라드는 것 같습니다."
제 자신과 제 피붙이밖에 모르고 이웃의 아픔은 나 몰라라 하는 사람, 배 터져라 먹고 돈 주면서 살 빼려고 몸부림치는 사람, 자동차가 없으면 꼼짝도 할 수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기가 여간 곤혹스럽지 않을 것이다.
이름 뒤에 무슨 박사, 무슨 교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사람들의 현학적인 글들이 대접을 받고 있는 세상에 겉으로 크게 내세울게 없는 한 늙은 농사꾼의 이야기가 더러는 사람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도 하고 더러는 오금이 저리게도 하고 또는 마음에 가득 감동의 물결을 이루면서 널리 두루 읽히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책을 사서 직접 그 해답을 찾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