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2142년 에너지 전쟁으로 파괴된 지구의 마지막 생존자들은 오염된 공기와 물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유일한 청정도시 `에코반`을 건설한다. 그리고 에코반 주위에는 방사능에 오염된 난민들이 자리 잡은 `마르`가 있다. 에코반이 건설되고 100년 후, 정체불명의 침입자가 들어온다. 푸른 하늘을 보여주겠다는 어린시절 첫사랑의 약속을 간직한 경비대원 `제이`는 침입자가 바로 실종되었던 자신의 첫사랑 `수하`임을 알게 되고 혼란스러워한다. 에코반과 마르의 대립은 점점 격렬해지고, 한편 `제이`를 사랑하는 경비대장 `시몬`은 에코반과 제이를 지키기 위해 수하를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장면마다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실사촬영을 한 `에코반`에 3D로 만들어진 기계들과 2D로 만들어진 인물들이 전혀 이질감 없이 섞여있는 걸 목격했을 때는 미국이나 일본의 기술이 부럽지 않았다. 특히 마르의 게릴라들이 에코반으로 차를 몰아 뛰어드는 장면에서는 애니메이션에서는 느끼기 힘든 박진감과 감동까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화면과 달리 영화의 내용은 조금은 진부하고 또한 심심했다. 영화를 평하고 비판하기 위한 시선이 아닌 오로지 즐거움을 얻기 위한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원더풀 데이즈>에는 감정을 확 잡아끄는 2%정도의 그 무엇인가가 부족한 것 같았다. 그러한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실사 블록버스터 영화들도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인데 바로 부실한 내용, 빈약한 스토리라인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더풀 데이즈>는 자신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절제된 대사와 그 대사를 대신하는 빈 화면과 적절한 음악. 이런 것들이 영화 자체를 한 폭의 수묵화와 같은 분위기를 풍기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이런 묘한 분위기는 해외에서 한국 애니메이션만의 특유성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은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리며 극장을 나섰다. 긍정적인 이야기든 부정적인 이야기든 영화가 끝난 뒤 무언가 나눌 말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영화관 밖은 하루 종일 내리던 비가 그치고 파랗게 맑아져 있었다. 그야말로 `원더풀 데이즈`였다. 영화는 개봉 첫 주에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다 관객동원을 했고, 8월 4일 발표 전국 관객 누계는 25만 명이었다. 과연 이 수치가 앞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계의 `원더풀 데이즈`가 될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미래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다는 메시지를 이 `원더풀 데이즈`가 던져주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시나리오인데 7년의 세월동안 우직하게 비주얼을 다듬었던 것처럼 또 그렇게 시나리오까지 기막힌 애니메이션이 나오기를, 그때가 언제가 되더라도 기다리고 소망한다.
제작/틴하우스, 감독/김문생, 장르/애니메이션, 관람등급/전체관람가, 상영시간/187분
전건우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