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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데스크칼럼] "호주제 폐지는 시대변화를 반영한 정당한 결정이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3/08/30 00:00 수정 2003.08.30 00:00

국민 개인별로 신분을 등록하고 자녀가 어머니나 새아버지의 성을 따를 수 있게 하는 민법 개정안이 법무부 주관으로 법조인ㆍ법학자ㆍ시민단체 등이 참가한 `가족법개정 특별위원회`를 통해 호주제를 폐지하는 대신 개인별 신분등록제를 도입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민법개정안을 확정했다. 호주제 폐지가 가져올 가정환경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어린 아들과 손자 등이 어머니나 할머니를 대신해 호주가 되고 가장이 되는 비현실적인 상황은 사라질 것이고 이혼, 재혼가정의 어려움이 상당 부분 덜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정법원의 판단에 따라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도 있고 이혼과 재혼시 자녀의 성을 바꿀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개인별로 신분이 등록되기 때문에 입적 여부로 태어날 때부터 그늘에서 자라야 했던 혼인외 자녀의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되게 되었다.

호주제 폐지는 이론이 있을 수 없는 시대적 추세다. 일제시대에 도입된 호주제는 우리사회에서 남녀차별을 합법화 시켜온 대표적인 악법으로 여성단체와 법학자 등이 수십년 동안 줄기차게 폐지를 요구해온 법이다. 부계핏줄에 의해서만 대를 이어가고 남성에 의해서만 승계되는 호주제는 지금처럼 아들 딸 구별 않고 하나나 둘의 자녀를 낳는 시대엔 유명무실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남녀차별을 하는 수단으로만 호주제는 위력을 발휘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전통에는 호주제가 없었으며, 전통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여성을 종속적인 역할로 위치 짓는 호주제가 존속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특히 호주제는 일제가 국민통제수단으로, 즉 국가를 하나의 가족으로 보고 천왕을 국가라는 가족의 가장으로 상정하고 가장에 대해 절대적인 복종을 하듯이 천왕에 대해서도 똑같이 복종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하여 만든 제도에 불과하다.

오늘날 가족관계에서 호주의 역할은 유명무실하며, 호주는 단지 호적편제 기준자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호주제는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존재하는데, 호주제가 없어도 다른 나라의 가족과 가족제도는 유지되고 있다. 어느 사회에서 가족이 얼마나 안정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예로서 이혼율을 들 수 있는데, 호주제와 비슷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가 폐지한 일본, 스위스 보다 우리나라 이혼율이 높다. 오히려 호주제로 인하여 가부장적 사고가 부부갈등을 조장하고, 가족해체를 촉진시키고 있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평등한 부부관계, 가족관계가 확립되는 계기가 되어 건강한 가족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가족부냐 개인별 등록이냐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의 형태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혼가정과 편부모가정의 증가와 아버지가 다른 형제나 어머니가 다른 형제들이 있는 가정도 늘어나는 추세다. 가족부가 되면 이런 가정들이 법적으로 결손가정인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개인별 등록제는 인권을 배려한 진일보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세계각국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유림 등에선 호주제 폐지를 결사반대하고 있다. 문중이나 집안중심으로 가정과 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이루어졌던 과거의 전통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족구성원 개개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우하는 가운데 사회공동체의식이 발전해나가야 한다. 새로운 가족제도와 미풍양속을 만들어내고 받아들이는데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형권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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