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에서도 답곡 마을은 하북에서도 끝에 위치한 마을로 골짜기 사이에 있어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답곡 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싸여 있어 공기 좋고, 물 좋은 휴양지에 온 느낌마저 들게 하는 마을이었다. 35가구로 실질적으로 사는 주민은 77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이 작아서일까 마을 주민들 사이는 무척이나 좋았다.
마을 주민들이 다 함께 매달 25일에 모여 마을 주변을 청소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 한명도 빠짐없이 몇 십년 동안 해오고 있었다. 이번 5일에도 마을 주민이 자체적으로 마을 주변 풀베기를 하였다.
너무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라서 무슨 얘깃거리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여기 주민들에겐 걱정이 있었다.
전혀 개발이 되고 있지 않아..
답곡 마을은 마을 전체가 가지산 도립공원에 묶여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가지산은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과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및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경계에 있는 산으로 1979년 11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그런 가지산이 왜 양산에 있는 답곡 마을까지 가지산 도립공원에 묶여 있는지 모를 노릇이라며 오세관 이장은 한숨을 쉬었다. 답곡은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탓에 문이 부서져도 함부로 손을 댈 수가 없다. 고치는 것 자체가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 곳은 자연보호구역으로도 묶어 있다.
"자연 보호도 좋죠. 당연히 자연은 보존해야 하지만...그래도 사람은 살게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재 마을 주민 대부분이 65세 이상으로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살지 않으면 조만 간에 우리 답곡 마을이 유령 마을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마을에 사람이 들어와 살기보다는 사는 사람마저도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오세관 이장은 걱정했다. 답곡 마을이 고향이라는 오세관 이장은 마을에서 계속 살고 싶으나 마을 안에서는 소득이 생길만한 것이 없어 생활이 불가능하고, 아이들 교육 때문이라도 마을에서 살기가 어렵다고 했다. 거기다 마을까지 들어오는 마을버스 조차 없어 약 4㎞을 걸어야 한다. 음료수 하나라도 사려며 밖에 나가야 하는데, 차가 없으면 사 먹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편리 시설마저 없는 상황에서 답곡 마을은 물 좋고, 공기는 좋으나 사람이 살기에는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제적으로도 힘들어...
절, 골프장, 공원묘지는 들어서 있으나 전혀 마을 주민들에겐 이득이 없다고 한다. 주민들의 소득원은 논과 밭에서 나오는 작물이나 소, 개를 키워서 얻는 소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사실 그것만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 "가구 당 약 다섯 마지기 정도 농사를 짓고 있는데 그게 무슨 소득이 되겠냐"며 김태흔 총무도 먹고 살 길을 만들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다른 마을이 싫어하는 납골당이나 화장터라도 저희 마을에 유치했으면 합니다. 그게 마을 주민들의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말이죠."
오세관 이장은 이렇게 말하기까지 했다.
"몇해 전에 김혁규 도지사가 온 적이 있지요. 그 당시 마을별로 간담회를 열었는데… 저기 마을 회관에서 김혁규 도지사께 마을 전체는 도립공원에서 못 풀어주더라도 일부분이라도 풀어 달라고 했는데... 마을 주위라도 말이죠. 그 때 도지사께서 약 2만평이라도 풀어준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소식이 없네요. 가시다가 잊어버렸는지…"
김태흔 총무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얘기했지만 그 당시 기대가 얼마만큼이었는지 그리고 실망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케 했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답곡 마을 주민들은 마을이 좀 더 살기 좋게 변모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자연은 보호되어야 한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이 살 수 있게 숨통을 틔워주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