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 박 총경에게 양산은 유년시절의 추억밖에 없다.
일찍이 양산을 떠나 초등학교와 중ㆍ고등학교를 거쳐 대학(부산대)을 마치는 짧지 않은 기간을 모두 부산에서 보내고 지금은 서울에 주소를 두고 있으니 양산은 아득히 먼 그리움 속에나 존재하는 곳일는지 모를 일이다.
"어려서 떠나 온 곳이라 고향에는 친구도 없고 고향과 관련된 특별한 추억도 없습니다. 그래도 선산이 양산에 있고 친척 분들도 몇 분 계시니 명절 때는 잊지 않고 찾아 갑니다. 누구나 고향을 생각하면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포근함을 떠올리듯 내게도 고향 양산은 바로 그런 곳입니다."
40대 초반, 고향을 떠나 지낸 세월이 30년도 더 되겠건만 대화에서 묻어나는 양산 특유의 정감 넘치는 말씨가 반갑다.
- 경찰에 투신하신 특별한 동기라도?
"사법고시를 했어요. 부산대 법대 재학 중인 84년도에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사법연수원을 거쳐 군대에 갔다 온 후, 90년도에 경찰에 들어왔습니다."
사법고시?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으레 판ㆍ검사의 길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 기자에게 그 대답은 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어려서부터의 꿈이었단다. 그래,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데 있어서는 판ㆍ검사나 경찰이나 크게 다를 바 없겠다.
다들 어렵다고 혀를 내두르는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이 나라 수도에 있는 주요 경찰관서의 최고 책임자가 되기까지에는 타고난 재능 말고도 남다른 노력이 있었으려니 싶어 고향의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을 주문해 봤다.
"사람이 세상에 나올 때는 각자 나름대로의 사명을 부여받는다고 봐요. 이를테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마땅히 수행하여야 할 역할, 그것은 어쩌면 숙명과도 같은 것이죠."
그러면서 그는 지금처럼 경쟁의식과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은 밝아지지 않겠느냐는 말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