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의 한 젊은이-
“저는 태풍이 불고 홍수가 져도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습니다.”
농부는 젊은이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왠지 특별한 뜻이 있는 말처럼 들려 그 젊은이를 일꾼으로 채용했다.
농장의 일꾼이 된 젊은이는 이런저런 농장의 일들을 제 일처럼 열심히 했다. 농부는 일꾼을 잘 뽑은 것에 흡족해 하며 안심하고 농장의 모든 일을 그 젊은 일꾼에게 맡겼다.
그러던 어느 날, 어디선가 세찬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장대같은 비를 퍼붓기 시작했다. 점점 거세어진 바람은 당장에라도 모든 것을 날려 버릴 듯 했다. 쏟아지는 비는 온 천지를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바람소리와 빗소리에 잠이 깬 농부는 깜짝 놀라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 사람, 젊은이! 어디 있는가, 어디 있어? 태풍이 불어오고 있어.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어. 빨리 나와 보게. 어서 나와.
그러나 일꾼은 주인이 그토록 애타게 찾고 부르는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농부가 일꾼의 방 으로 가 봤더니 ‘세상에!’ 일꾼은 코를 드르릉 드르릉 골면서 잠에 곯아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태평한 친구를 봤나! 이 판국에 잠이 오다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농부는 우선 돼지우리로 달려갔다. 그런데 돼지우리의 지붕은 밧줄로 단단히 동여매져 있어 세찬 바람에도 끄떡없었다. 그리고 우리의 가장자리에는 깊게 도랑이 파져 있어 넘치는 빗물들을 농장 밖 하천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곡식창고도 안전하고 장작더미도 비를 맞지 않게 잘 간수되어 있었다.
과 논에도 물이 잘 빠져나가도록 조치를 해 놓았다.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이 단단하게 비설거지가 되어 있었다.
‘그렇구나! 잠을 잘 수 있겠구나. 과연 지혜로운 일꾼이로고.
그때서야 농부는 젊은이가 ‘태풍이 불고 홍수가 져도 잠을 잘 수 있다’고 한 말의 뜻을 깨달을 수 있었다.
태풍이 불고 홍수가 져도 잠을 잘 수 있는 사람-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원동면 수해지역을 돌아보며 문득 떠 올려본 이야기다.
우리 양산에도 상습침수지역이 있어 해마다 큰물이 지면 곤욕을 치르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의 피해가 채 복구되기도 전에 또 다시 난리를 치러야 하니 이 얼마나 어리석고 못난 짓거리인가. 이런 큰 바람과 비는 어느 한 개인이나 마을단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시(市)와 도(道), 그리고 정부가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일.
스스로 국민의 종이라 자처하며 선거 때마다 국민들 앞에 머리를 조아리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가서 무엇을 하길래 바람불고 비 올 때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은 이리도 밤잠을 설쳐야 하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