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저녁 8시. ‘한국국악협회 양산시지부’ 최찬수 지부장을 만났다.
-최찬수ㆍ김순임-
그가 내미는 명함에는 두 이름이 나란히 박혀있다. 짐작은 하면서도 물어본다.
-옆에 있는 이름은?
“사모님입니다. 같이 활동하시죠.”
동석한 이외숙 사무국장이 얼른 대답한다.
“결혼하고 나서 제가 이쪽으로 끌어들였지요. 처음에는 한사코 안 하겠다는 것을 억지로 끌어들였더니 지금은 저 보다 더 열성적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는 어떤 연유로 국악인이 되었을까?
“아버지가 ‘지신풀이’를 곧잘 하셨는데, 한가한 시간에도 문지방에다 장구채를 두드리시는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집안에서 쉽게 눈에 뜨이는 것도 장구나 북 같은 우리 악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릴 때부터 본격적으로 국악인의 길을 걸은 것이로구나’ 하고 속짐작을 하는데 아니란다.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여느 아이들처럼 ‘베토벤’이나 ‘모짜르트’라는 서양음악가의 이름을 외우고 서양음악의 멜로디와 리듬에 길들여지면서 국악과는 차츰 거리가 멀어졌단다.
그러다가 대학(부산대 사대 물리교육과)에 들어가서 참여할 동아리를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리던 중, ‘전통예술연구회’를 만난 것이 새로운 전환점.
아마도 어렸을 때 지펴진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던가 보다.
“망설이지 않고 가입을 했습니다. 거기서 ‘봉산탈춤’도 배우고 우리 소리와 우리 춤의 참맛을 느끼게 되었죠.”
대학 졸업 후 그는 바로 교사 발령을 받는다.
당시`교사특기제도’에 따라 모든 교사들이 한 가지 특기를 선택하게 되는데 그의 선택은 당연히 국악. 첫 부임지인 양산여고에서 그는 ‘전통예술부’를 맡아 학생들에게 우리 국악의 가락과 소리와 춤사위를 가르치게 된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는 오히려 배움의 갈증에 목이 마른다.
그래서 만난 분이 부산의 이용식 선생.
“선생님은 ‘부산농악기능보유자’이셨는데 선생님께 풍물을 전수받았습니다. 그 후에는 우리 춤에 대한 연구에 몰입해 ‘동래야류’와 ‘동래학춤’ 등을 공부하게 되었죠.”
그러던 어는 날, 그는 문득 하나의 궁금증에 사로잡힌다.
‘우리 양산에는 양산의 전통예술이 없을까?’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스승은 안 계실까?’
양산에서 태어나 양산에서 자란 그에게 그 물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으리라.
그래서 ‘양산문화원’을 찾게 되고 거기서 한 걸출한 인물을 소개받는다.
“‘경남 무형문화재 3호’이시며 ‘환량무 보유자’이신 김덕명 선생님이었습니다. 양산 동면 출신인 선생님은 ‘양산학춤’의 맥을 이어오고 계신 분으로 제가 선생님을 만남으로써 비로소 ‘양산학춤’이란 새로운 영역을 알게 된 것입니다.
아내도 선생님의 제자인데 선생님은 저보다 아내를 더 아끼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김덕명 선생 문하라는 사실에 커다란 긍지를 가지고 있는 듯한 그는 11월 22일에 선생의 팔순 기념공연이 있다고 자랑처럼 말한다.
"호남 명창(名唱), 영남 명무(名舞)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명무라는 말의 진원지가 양산이 아닌 가 싶어요. 그리고 그 뿌리의 맥은 김덕명 선생님이 이어오고 계시고…
”양산학춤’은 학의 동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동래학춤’과 다르다고 말하는 그는 ‘양산학춤보존회’를 결성해 우리 고장의 이 아름다운 전통예술을 면면히 이어가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국악협회 양산시지부 창립 1주년 기념공연이 있다면서요?
“네 오는 27일, 토요일 오후 5시에 ‘양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립니다.
지부를 창립하고 1년이 지나는 사이 ‘아시안게임 축하공연’ ‘양산문화회관 개관기념공연’ ‘서원사 불사축하공연’에 이어 지난 8월 30일에 펼친 ‘찾아가는 문화마당’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활발한 활동을 했습니다만 정식으로 지부창립공연은 이번에야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많이 오셔서 격려해 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악협회 양산지부의 활동적인 회원은 대략 40여명. 주로 주부들이 많단다.
아직도 국악의 저변확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주부회원들은 양산국악 중흥의 알찬 에너지원. 앞으로 ‘찾아가는 문화마당’을 상설화 해 1년에 네 차례 시민들을 찾아가겠단다.
앉아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 우리가락과 소리와 춤사위를 펼쳐 보임으로써 양산지역에 국악의 붐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야심찬 계획.
27일의 창립공연에는 ‘삼도설장고’나비춤’판소리 심청가’호걸양반춤'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물론‘양산학춤’도 볼 수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