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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농부의 마음
사회

농부의 마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3/09/20 00:00 수정 2003.09.20 00:00

아직도 시골에 가면 집집마다 소를 한 마리씩 키웁니다.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집집마다 소 한 마리씩은 그 집 식구인양 마당 한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경운기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집에서 키우는 소가 논밭을 갈고 달구지에 짐도 싣고 나르며 제법 힘든 농사일을 많이 했지요.

그러나 지금은 일년에 한 마리씩 낳아 주는 송아지에 의한 수입과 소똥으로 인한 거름이 수입의 전부입니다.
송아지를 낳아서 4-5개월 정도 더 키워 받는 송아지 값이 시세에 따라 약 180-250만원 정도이니까 소로 인한 하루 매출은 원가를 감안하지 않았을 때 평균 5-6천 원 정도 되는 셈입니다.

여름에는 싱싱한 꼴을 주기 위하여 매일 몇 아름씩 되는 풀을 베어다 먹이고 아침저녁으로 두 세 양동이의 물을 길어다 먹이고 사료를 사 먹이며 겨울에는 짚을 썰고 구정물을 끓여 먹이고 갖은 채소와 과일 찌꺼기 등을 정성껏 모아 먹입니다.

또한 볕이 들면 그늘에 매어 주고 비가 오면 외양간에 매어 주고 수시로 거름을 치워 주고 새로운 볏짚을 외양간에 깔아 주고 쇠빗으로 등을 긁어 주고 수의사 불러 인공수정 시킵니다.

또 좁은 집에 소로 인하여 외양간 있어야 하고 소를 매어 둘 공지가 있어야 하고 짚을 보관할 헛간이 있어야 하고 온갖 날파리로 인하여 여름 내내 씨름을 하여야 하며 어쩌다 경로잔치로 여행을 떠나도 그놈의 소 한 마리 때문에 선뜻 따라 나서지도 못하고 객지에 사는 자녀 집에 갈 때도 이웃집에 아쉬운 부탁을 하고 멀리 떠나 있어도 온종일 소 걱정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 송아지 판돈으로 외상 사료값 치루고 인공수정 시킬 경비 삼 만원 빼 놓고 소를 위한 그늘막을 새로 장만하고 외양간 수리하고 그렇게 그렇게 농부는 소 한 마리를 키웁니다.

젊은 사람들이 농사짓겠다고 농협 빚을 내어 축사를 거대하게 짓고 소 값 폭락에 축사를 흉물로 남겨 두고 떠난 자리에 우리네 농부들은 그렇게 소 한 마리를 키워 내고 있습니다.
정말 우리 농부들의 일은 경제활동이 아닙니다. 그러나 소리 없는 보람입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아쉬움에 그리워만 할 사랑입니다.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에 농부의 한숨도 머물러 있습니다.
시름에 겨운 농부를 생각하면서 제가 하는 일이 경제적인 논리에서 다소 부족하더라도 농부의 마음을 배우고 싶습니다.
값을 따질 수 없는 송아지 한 마리처럼 제가 하는 일이 가치로운 일이라고…

시민기자 김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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