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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육칼럼] 책 읽는 부모 곁에 책 읽는 아이..
사회

[교육칼럼] 책 읽는 부모 곁에 책 읽는 아이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3/09/27 00:00 수정 2003.09.27 00:00

주말이면 온 가족이 함께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을 보면서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어머니와 자녀가 도서관에 와서 책을 빌리고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은 오래된 일이지만, 근자에 들어 아버지가 자녀들의 손을 잡고 도서관에 와서 아이들에게 자료를 찾아주고, 좋은 책을 골라 함께 읽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자주 보면서 자녀 교육에 대한 아버지의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녀의 독서교육에 대한 관심은 농촌과 도시에 따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 군 단위 도서관에 근무할 때 유아들을 대상으로 이야기 교실을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시골에서 보기 어려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야기 교실에 참여한 어린이뿐만 아니라 함께 온 어머니들이 무려 40여명이나 모였다는 사실이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때 아이들이 이야기를 듣는 동안 어머니를 위한 동화 읽는 어른 모임 기초 강좌를 함께 운영하면서 `책 읽는 엄마 곁에 책 읽는 아이`모습을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임산부를 위한 `독서로 태교하세요`라는 특별 코너를 만들어 임산부에게 태교에 도움이 되는 동화를 읽게 했는데, 그때 참여한 어머니들로부터 지금도 가끔 자기 아이가 하루 종일 책을 읽어 달라고 한다든지, 매일 도서관에 가자고 조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엄마의 독서에 대한 관심이 자녀에게 미친 영향을 실감한다.

책읽기의 소중함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지만, 십년간 이백 칠십 여권의 책을 저술한 일본의 나카타니 아키히로, 그는 와세다 대학시절 1년에 천 권씩, 사년동안 사 천권의 책을 독파한 독서광이었다고 한다.

미국의 유명한 영화감독 스필버그는 "아이디어는 책에서 나온다"고 할 만큼 소문난 독서광이다. 또한 세계 최대의 자선 사업가이자 갑부인 빌 게이츠는 어머니가 도서관에서 일했기 때문에 늘 도서관에서 살고 여러 종류의 책들을 마음껏 섭렵한 데서 그의 성공이 있었다고 한다.

최근 한국 축구 4강의 신화를 이룬 히딩크 감독 역시 굉장한 독서광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것이다.
그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여 이른바 `싱크 사커`를 추구했다고 한다. 이렇듯 정보와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는 가에 따라 그 분출되는 힘은 엄청난 것이라는 사실을 지난해 월드컵대회에서 히딩크 감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물론 아이들 스스로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찾게 하고 책을 읽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경험과 인생의 경륜을 지닌 아버지가 자녀와 함께 독서를 하게 되면 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책을 읽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독서를 많이 하는 청소년이 방황하거나 비행에 빠지는 일은 드물 것이다. 한 달에 한 두 번이라도 아버지가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을 찾아 함께 책을 고르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책을 대출하는 분위기가 된다면 날로 늘어만 가는 청소년 문제와 가족의 해체에 따른 자녀 교육의 문제는 물론이고, 세간에 흔히 오르내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우려를 조금은 지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최근 발표에 의하면 2005학년도부터 서울대 입시에서 다시 논술고사가 부활된다고 한다. 흔히 입시가 임박해서 심층 면접대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나 족집게 과외로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볼 때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어려서는 즐겁게 독서하는 방법을 알게 해주고, 입시 준비를 위해서는 진로 선택과 관련해서 보다 전문적이고 폭넓은 독서를 하게 한다면 아무리 논술이 부활되고 심층면접이 까다로워져도 이를 대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

토요일 오후 조그만 가방 하나 메고 부모와 함께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을 보며 정말 저렇게 자랄 수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다가오는 주말이나 휴일에 자녀와 함께 도서관을 찾아 `책 읽는 부모 곁에 책 읽는 아이`의 아름다운 모습을 9월 독서의 달을 맞이하여 한번 더 기대해 본다.

양산도서관 관장 전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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