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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영화마을] 신경을 자극하는 끈적끈적한 공포..
사회

[영화마을] 신경을 자극하는 끈적끈적한 공포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3/09/27 00:00 수정 2003.09.27 00:00
주온(呪怨) 1, 2

어떤 심리학박사가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공포영화는 계속 될 것이다."라고 말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코미디라든지 멜로 혹은 액션 영화 등 대중이 선호하는 영화 장르야 얼마든지 많은데 왜 하필이면 공포 영화에 `영구적`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어 꼼꼼하게 기사를 읽었다. 그 심리학박사의 주장인 즉 이러했다. 인간이 느끼는 공포라는 감정은 체내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이것이 인간을 흥분하게 만들고 스릴과 쾌감을 느끼게 만들면서 종래에는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가 각박해지고 생활이 어려워질수록 쾌감과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 위해서 인간들은 공포 영화를 찾게 되는 것이고 공포 영화를 보고 나면 잔뜩 긴장했던 마음이 풀어지면서 속이 시원해지는 감정을 느끼는 것도 다 이 때문이란다.

어린 시절 눈을 가리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전설의 고향` 보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내 경험으로나 `무섭다` `무섭다`하면서도 불 꺼진 방에서 나지막하게 울리는 귀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로 미루어 볼 때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올 여름에는 공포 영화의 전성기, 조금 더 과장을 하면 황금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초여름 `장화홍련`으로 시작된 공포 영화의 붐은 여름의 끝자락이 지루하게 늘어지던 9월말까지 계속되고 있다. 유래 없이 흥행성적도 좋았고 화제작이나 문제작도 많았다. 어림잡아도 대 여섯 편이 넘는 공포 영화들 중에서 관객들로부터 가장 무서운 영화라는 영광된 칭호(?)를 받은 것이 바로 일본산 공포 영화 [주온(呪怨:주원의 일본식 발음)]이다. 여름에 1편이 개봉되고 뒤이어 가을 무렵에 바로 2편이 개봉돼서 현재까지 상영되고 있는 [주온]은 `시미즈 다카시`라는 일본의 신예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주온]은 흉가, 원혼, 저주, 아이 귀신 등 일본 공포 영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죽은 저주받은 집이 있고 그 집과 관련된 사람은 모두 죽게 된다는 설정은 우리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불특정 다수에게 저주의 사슬이 번져나가는 것 또한 이미 `링`에서 충분히 경험한 공포다.

정작 이 영화를 다른 여타의 공포 영화와 차별화 시키는 것은 내용이 아니라 공포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청각을 불쾌하게 자극하는 소리, 이를테면 양철을 긁거나 녹슨 문을 억지로 여닫는 소리, 가느다란 고양이 울음소리 등이 시시때때로 울려 퍼지면서 공포를 신경 깊숙이 전달하는 것이다. 치과 진료 의자에 누워서 정체 모를 기계들의 소음을 들으며 입을 벌리고 있을 때 느껴지는 그 예민한 공포처럼 [주온]도 보는 이의 신경을 자극한다. 그리고 하얗게 얼굴을 칠하고 눈 주위는 검게 분장한 단순한 귀신의 모습도, 그 귀신이 일상의 깊숙하고 은밀한 곳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장면들도 보는 이들을 충분히 소름 돋게 만든다.

큰 비명이나 피가 튀기는 살인 장면 하나 없이도 [주온]은 관객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하며 공포의 허연 입김을 목덜미에 불어대는 것이다. 그리하여 영화가 끝난 후에도 심지어는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끈적끈적한 공포가 계속해서 남아 편히 잠들기 어렵다.

전체적인 에피소드의 나열과 새로운 공포가 넘쳐났던 1편에 비해 올 가을에 개봉한 2편은 공포의 순도가 조금은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그것은 이미 관객들이 [주온]식의 공포에도 익숙해 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섬뜩한 공포의 파편들은 여전히 심장을 찌른다.

어려워진 경제에다,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상처로 삶이 더욱 고달파진 이 즈음, 그래도 불어오는 바람에 찬 기운이 완연한 걸로 보아 계절은 정녕 가을인가 보다. 여름내 쌓인 피로와 갑갑한 속내를 조금이라도 털어 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가을, 공포 영화 [주온]을 추천한다.

시민기자 전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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