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미 지난 4월2일 이라크전 파병 결정에 대해 "명분을 앞세워 한미관계를 갈등관계로 몰아가는 것보다 우호관계와 동맹의 도리를 존중, 어려울 때 미국을 도와주고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는 게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파병요청에 동의하며, 전투병이 아니라 비전투병 파병임을 강조하여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바 있고, 금번 파병과 관련하여서는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받았던 많은 도움에 대해 갚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의미를 강조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미국이 현재 자행하고 있는 전쟁은 아무런 명분도 아무런 도덕적 의미도, 아무런 경제적이익도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강대국이 일방적으로 약소국에 행하는 테러일 뿐이다.
지금 이라크에 있는 미군은 해방군이 아니다. 단지, 석유자원과 중동의 주도권 확보라는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력으로 이라크를 장악하고 있는 점령군일 뿐이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국제법을 어긴 불법적인 전쟁이며, 미국은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내건 `대량살상무기` `알카에다 지원`등에 대한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못하였으며 정보를 왜곡 조작하였다는 것이 밝혀졌었다.
또한,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이라크에 대한 민주주의와 평화를 가져오기는커녕 수많은 이라크주민의 학살과 이에 대한 저항, 민주주의와 인권의 유린, 수많은 사상자, 특히 열화우라늄탄 등에 의한 수천명의 부상자를 양산하는 등 평화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점령군 대 이라크 민중들의 민족해방 투쟁이라는 이런 구도 속에서는 한국군을 비롯한 외국군의 파병은 점령군의 군사력 강화에 다름 아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이라크인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어질 것이다. 미국의 패권주의가 반미를 기치로 내건 사담 독재정권을 강화시켰듯이, 점령군의 압박은 이라크 내부의 민주적 토대를 파괴하고 유혈적 극단주의를 부추길 것이다. 식민지 민중이 강대국에 저항하는 길은 자기희생뿐이다. 첨단 탱크와 헬리콥터에 낡은 총과 수류탄을 들고 달려드는, 열 명이 죽어 외국군 한 명을 거꾸러뜨리겠다는 처절한 피흘림이다.
이것은 이라크의 치안에 명백히 위배되는 길이다. 따라서 한국군이 이라크 민중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민간인 학살이고 전쟁범죄다.
정부는 지난 1차 파병때 `국익론`을 내세웠으나 이라크 전쟁이후 경제는 더욱 어려워졌으며,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더욱 강경해지고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이라는 이름의 군사적 압력도 더욱 강화되는 등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것이 입증되었다
게다가 정부는 1차 파병때 `비전투병`임을 내세웠으나 우려했던대로 전투병 파병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군이 배치될 것으로 예상되는 나샤리아 지역은 격전지로 열화우라늄탄에 의한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역으로 제2의 고엽제 후유증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 예상된다. 진정 부도덕하고 실패한 미국의 침략전쟁에 국군을 총알받이로 파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 제5조 ①항에 위배된다. 미국의 일방적 패권정책으로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부도덕한 침략전쟁에 또 다시 전투병을 파병한다면 국가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가 위기에 처할 때 국제평화세력으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 뻔하다.
미국은 이라크 침공당시 유엔조차 무시하고 침공을 강행하더니 이라크 전쟁이 미궁으로 빠져들자 이제 와서 유엔의 이름을 빌려 침략전쟁의 합법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은 평화유지군과는 다르게, 유엔의 모자를 쓴다하더라도 부도덕한 침략전쟁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유엔결의에 기초한 다국적군 형식의 파병도 찬성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전국의 힘을 하나로 모아 전투병 파병(비전투병 파병도 마찬가지임)을 저지하여야 하며, 이를 계기로 광범위한 평화역량을 결집하여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해소하고 평화를 수호해 나갈 국민역량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시급하게 나서는 시점이다.
끝으로 이라크주둔 미 병사 `톰 프레드모어`라는 36살의 병사가 고향 언론에 기고한 글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한 때 나는 내 자신이 미국의 헌법을 수호한다는 명분 아래 복무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그것을 믿지 않는다. 나는 의지뿐만 아니라 확신도 잃었다. 더이상 반쪽만의 진실과 대담한 거짓으로 보이는 것들에 바탕해 내 복무를 정당화할 수 없다.` <중략>
또 `한 가지 진실은 미국인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라며 `이라크에서는 미군에 대한 공격이 매일 10~14건 발생하고 있으며 사상자는 느는 가운데 이런 상황이 조만간 끝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얼마나 더 죽어야 하나 미국인들이 깨어나 지도자들의 이익이 아닌 자신들을 보호하는 것이 임무인 미군 병사들의 복귀를 요구하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하나`란 말로 글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