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으로는 해발 530m의 오봉산이 병풍처럼 북풍을 막아 마을을 보호하고 있으며 동으로는 동중 마을, 서로는 황진, 덕산 아파트단지와 접하고 있다. 남으로는 1022번 지방도가 마을 앞을 가로지르면서 양산에서 원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시 그 앞으로는 시원스럽게 펼쳐진 `메기들`은 현재 부산대학교 부지로 설정된 상태이다. 그 옆으로 양산천이 흐르며 양산·대저간 고속도로가 길게 이어져 있다. 아늑한 농촌 마을이라고 하기엔 그런 흔적들만 보일 뿐, 서남 마을은 양산, 물금신도시개발로 정취가 사라져 가고 있는 듯 했다.
서남 마을은 아래 마을인 남정리가 부산대 설립 목적으로 편입되어 사라졌다.
"부산대학교 열림캠퍼스가 들어선다고 저번에 기공식을 했지만, 사실 언제 들어설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부산대학교가 들어선다고 해도 저희한테는 별다른 이득이 없습니다. 뭐 투기 바람이 일고 있는 실정이지요."
전갑수 이장은 하루에도 몇 명씩 투기꾼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했다.
"도로 생긴다, 부산대 들어온다고 여기 저기서 투기꾼들이 몰려와서 머리가 아플 정도입니다. 이로 인해 분양가와 땅 값만 올랐지 마을 사람들에겐 이득은 하나도 없는 상태죠."
전갑수 이장은 서남마을이 고향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살기 좋은 마을로 인심 좋고, 물 좋은 전형적인 자연마을이었다고… 난 개발로 인해 마을이 옛 정취가 많이 사라져 버린 것 같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예전에는 마을이 참 좋았지요. 개발이니 투기니 해서 인심도 많이 박해진 상태죠. 마을 주민들이 투기 바람 때문에 많이 망했죠. 외지 사람들이 여기 땅 대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양산 신도시나 범어택지로 많이 이사갔습니다. 그리고 참샘이라고 우물이 있었는데,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철에는 시원한 물이 솟아 아무리 퍼내어도 마르지 않았습니다. 빨래도 잘 되고 말이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양산시의 공영개발사업으로 인해 1995년 2월경부터 샘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융합도 잘 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했다. 인심이 박해져서 인지 그나마 본 마을 사람들이 융합이 되는 편이라고…
거기다 마을 앞 도로는 다른 도로에 비해 높은 편이라서 가끔 물이 역류해서 마을이 잠긴 적도 있다고 한다. 또 마을 앞에는 신호등이 없어 황전 마을 쪽으로 걸어가서 건너야 한다. 그러나 어르신들은 무단횡단을 많이 하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그래서 신호등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도 아직 안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또 양산 쪽으로 가는 버스 정류소도 매우 위험해 보였다.
전갑수 이장은 아침마다 마을을 돌면서 쓰레기를 모으고 있다고 했다. 마을이 도로 옆에 있다보니 지나가는 차들이 쓰레기를 불법 투기를 많이 해 몸살을 앓을 정도라고 했다.
"자기 집 앞이면 이렇게 쓰레기를 못 버릴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1시간 마을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안하면 마을이 쓰레기장이 될 정도니… 차들이 지나가면서 창 밖으로 쓰레기를 던져 버리는데,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사람들이 양심을 찾아야 합니다. 하도 마을 구석구석에 불법 투기를 해서 감시 카메라를 설치할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산대학교 부지에 쓰레기를 많이 버리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나 쓰레기는 문제인 것 같다. 여기 서남 마을도 예외는 아닌 듯 했다.
그래도 전갑수 이장은 마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듯 마을 구석을 보여주면서 설명도 해주었다. 서남 마을 회관은 오래된 건물이었다. 세운지 25년이 되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이 든 벽돌 하나, 시멘트를 직접 바르면서 만든 건물이라서 이렇게 튼튼하다며 자랑을 했다.
난 개발로 옛 정취는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는 한 서남 마을은 계속 앞으로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