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두 작품을 본 때는 아직 민간인의 신분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참혹한 전쟁 모습과 사실적인 전투 신(scene)에 놀라고 감탄하기만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군대에 입대한 지금 다시 두 작품에 대해 생각해보면 민간인의 신분으로는 느끼지 못했던 전우애의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전체를 위해선 개인을 희생해야하는 군대라는 조직에서 일개 사병을 구출해내기 위해 작전이 전개된다는 영화의 기본 스토리부터 전우애를 그 밑바탕으로 삼고 있다. 자기 목숨하나 건지기도 힘든 전쟁터에서 단지 동료라는 이유만으로 얼굴도 모르는 이를 구출하기 위해 뛰어든다는 것은 군인이 아니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영화 시작부분의 그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보여 지는 모습은 전쟁의 참혹함 그 자체이다. 긴장과 공포로 반쯤 넋이 나가있는 병사, 상륙선에서 내리자말자 총 한번 쏴보지 못하고 기관총으로 난사당하는 소대, 갈라진 배로 흘러내리는 내장을 움켜쥐고 죽어가며 어머니를 부르는 병사… 그 참혹함 속에서도 수류탄에 다리가 날아간 동료를 끝까지 끌고 가는 병사나 날아드는 총탄에도 아랑곳 않고 부상병을 치료하고 있는 위생병, 동료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기관포를 제거하기 위해 빗발치는 총알 속으로 뛰어드는 저격병 등을 보면 감동을 넘어서서 비장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군인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두 작품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 전시도 아니고 당장 전쟁이 일어날 위기에 놓여있는 건 아니지만 항상 북한의 침투를 경계하며 제주도의 해안가를 지키고 있는 우리 제주해안경비단의 전경대원들에게는 매 순간순간이 실전상황이나 다름없다.
그런 실전상황에서 전우애를 상실한 채, 동료들의 고충은 뒷전으로 하고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이기적인 생활을 하는 대원이 있다면 우리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도 없을 뿐더러 대원들 간의 갈등으로 인해 자체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로는 그런 사실을 망각하고 약간은 해이해진 마음으로 반복되는 근무를 형식적으로 서기도 하지만 우리 손에 제주도와 나아가서는 나라의 안보가 걸려있다는 걸 되새길 때면 동료들끼리 서로 다독거려주기도 하고 격려도 해가며 새로운 마음으로 근무의지를 다지곤 한다. 또한 여기가 `라이언 일병구하기`나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배경처럼 피 튀기는 전쟁터는 아니지만 동료들 간에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누고, 생일도 챙겨주면서 힘든 일 내색 않고 한번씩 서로 씩 웃어주는 그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바로 전우애를 느끼게 되는 것이리라.
경비단 신병교육기간에 교육반장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던 것처럼, 내가 힘들면 옆의 동료는 더 힘들 거라는 사실을 깨닫는 그런 단순한 것에서부터 출발하게 되는 것이 곧 전우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이 글을 쓴 전민우 일경은 웅상읍 소주리 출신으로 대학(부산대) 재학 중 군에 입대, 현재 제주지방경찰청 해안경비단에 소속되어 있는 전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