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문화초대석] 우리 문화의 숨어있는 보배..
사회

[문화초대석] 우리 문화의 숨어있는 보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3/10/04 00:00 수정 2003.10.04 00:00
우리 것이 좋아 우리 것을 아끼고 지키는 한국화가 -율촌 정창원

해 저문 가을 밤, 한국화가 율촌 정창원(栗村 鄭昌元)을 찾아 그의 작업실인 율촌화실(栗村畵室)의 문을 두드렸다. 방 안이 밝고 부드럽기 그지없다. 어두운 바깥에서 불 켜진 방안으로 들어서서가 아니라 화실 벽면을 그득 채우고 있는 그의 그림들에서 받은 첫 인상이다. 우선 환한 색감이 여느 한국화에서 본 느낌과 다르고 곡선의 처리가 그리 부드러울 수가 없다. 문외한의 눈에도 범상치 않다 싶다.

"2003년이 요구하는 한국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전통의 파괴가 아니라 오랜 세월을 이어져 온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겠다는 말인 듯 하다. 이를테면 탈 장르(genre). 그러나 그것이 어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랴.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이 아니고서는 시도할 수 없는 일.

-한국화와 서양화가 어떻게 다른지요?
"확연히 다릅니다. 우선 한국화가 화선지, 먹, 붓, 물을 그림의 재료로 한다는 점에서 물감에 기름을 이겨서 캔버스(천)에 그리는 서양화와의 표면적 차이를 볼 수 있고 기본적으로는 한국화는 서양화와는 달리 철학과 사상,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긴 세월, 동양의 정신세계의 근간을 이루어 온 주자사상을 비롯해 우리의 철학과 사상과 얼을 지녀야 비로소 한 폭의 한국화를 그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제 이런 한국화의 맥이 끊어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한국화의 맥이 끊어진다?` 모를 일이다. 대학에 한국화과가 개설되어 있는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닌데 맥이 끊어지다니?
"한국화는 대학에서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전통 장인으로부터 사사(師事)해야 되는 것이지요." 이어지는 말을 들어 보자.

"힙합을 추고 햄버거를 먹고 청바지를 입고… 어릴 때부터 청학동에라도 들어가 우리 정신, 우리 문화, 우리 사상을 깊이 체득하면 모를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서양 것에 물들어 있는 아이들이 어떻게 우리의 혼과 정신을 담아야 하는 한국화를 그릴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선생님이라도 맥을 이어나가셔야죠.
"그래서 율촌연묵회(栗村硏墨會)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벼루 연(硯)자가 아니라 연마할 연(硏)자를 썼죠. 한국화를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이 화실 위채에 수강실을 마련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뺏기고 작품 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망설였는데 이대로 두었다가는 우리의 전통 한국화가 영 소멸될 것 같아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율촌 정창원`이 처음 한국화의 길로 들어 선 것은 1974년. 부산의 `청수 정연수` 선생의 문하에 들면서부터다. 올해 47세인 그가 스무 살이 채 안된 때였다. 그로부터 어언 30년 세월. 화단에서는 하마 원로(元老)의 대접을 받는단다. 세상 연치(年齒)는 이제 불혹을 넘어 채 지천명에 이르지 않았지만 화력(畵歷)이 30년에 가까웠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싶다.

여러 차례의 개인전, `일본 태양미술회 국제초대전` 출품 등 각종 초대전과 수십 차례의 전시회를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선보여 온 `율촌`은 `부산미술대전` 5회 입ㆍ특선을 비롯해 `신라미술대전` 특선, `한국전통예술대상전` 특선, `83.동경아시아미술대전` 특선, `한국서화대전` 특선 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율촌`의 관심분야는 그림뿐만 아니다. 문화유산과 우리 음악 등 우리 전통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탁월한 조예를 보이고 있어 그를 아는 이들은 그를 두고 `율촌은 한 사람의 화가이기 이전에 우리문화의 숨어있는 보배`라고 일컫는다. 그래서 만들어진 모임이 `율촌울타리모임`- 1997년 9월에 율촌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발족했다. 우리문화 연구에 열정을 쏟고 있는 `율촌`의 순수한 인품에 이끌리어 그가 하는 일의 중단없는 추진과 그의 창작활동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이름 그대로 `율촌`의 울이 되고 담이 되고 있는 모임으로 말하자면 `율촌후원회`인 셈이다.

그가 `밤나무골 우리문화유산 답사회`를 만들어 회원들을 이끌고 전국의 산하를 누비고 다니는 것은 이미 널리 아려진 사실. 우리 문화유산은 곧 그의 작품의 에너지원이란다.

힘이 부친다 싶을 때, 어딘가로 훌쩍 옛 자취를 찾아 돌아보고 오면 다시 에너지가 충전된단다. 그런 넘치는 에너지로 그는 이런 저런 여러 단체에 몸을 담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강만 짚어 보아도 `밤나무골 우리문화유산 답사회` 회장을 비롯, `(사)한국미술협회` 정회원, `(사)한국미술협회 양산지부` 부지부장 등 직접 관여하는 곳이 십 수 군데나 된다.

`울타리 풍물패`와 `울타리 국악원` 그리고 `율촌연묵회`는 자신을 후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아낌없이 되돌려 주는 공간. 따뜻한 이웃들이 정겨운 만남을 이루는 멍석마당이다. 아무쪼록 더 많은 이웃들이 함께해 우리 것을 배우고 아끼고 지키는 일에 동참했으면 하는 것이 그의 소박한 꿈이다. 관심 있는 이들은 인터넷 다음 카페 를 방문하거나 율촌 이메일 또는 전화 055-367-0037, 017-551-9141을 이용하면 된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