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팔순 노병, 53년만의 귀향..
사회

팔순 노병, 53년만의 귀향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3/10/11 00:00 수정 2003.10.11 00:00
전향거부 이재학 옹, 마침내 탈북
중공군에 잡혀-북에서 억류생활

6·25 전쟁 때 중공군에 포로가 된 뒤 전향을 거부해 국군포로로 장기간 북한에서 억류생활을 해온 양산 출신의 국군 이등병이 팔순 노령으로 목숨을 건 탈북을 감행, 한국의 소속 부대에서 53년 만에 육군하사로 전역식을 갖고 고향 양산으로 돌아와 화제가 되고 있다.

경남 양산시 웅상읍 주남리가 고향인 이재학(80)옹이 그 주인공으로 이 옹은 7일 오후 2시 소속부대였던 강원도 화천군 7사단 사령부에서 영예로운 전역식을 갖고 8일 곧바로 고향인 양산으로 귀향했다. 양산시의회 이부건 의원의 부친이기도 한 이 옹의 전역식에는 양산에서 올라 간 아들 이 의원 부부와 친지, 지역주민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이 옹은 육군 7사단 수색중대에 입대해 복무하던 중 1950년 12월 25일경 평남 덕천 전투에서 중공군과 전투를 벌이다 중공군 포로가 됐다. 북한으로 넘겨진 그는 끝내 전향을 거부하고 53년간 탄광 노동자 등으로 사실상의 억류생활을 해오다 올 초 북한을 탈출, 중국을 거쳐 지난달 꿈에도 그리던 조국으로 귀환했다.

국방부 병역 자료에 따르면 이 옹의 나이 27세이던 지난 1950년 12월5일 육군에 입대, 전투 중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어 그의 가족들은 50년 가까이 매년 음력 9월 9일에 제사를 지내왔다.

1935년과 39년에 웅상초등학교 전신인 4년제 웅상공립보통학교(6회)와 6년제 서창공립심상소학교(10회)를 각각 졸업하고 부산에서 제빵 기술자로 일한바 있는 이 옹은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자 육군에 자진 입대했다.

8일 오후 아들인 이부건 시의원의 집(웅상읍 삼호리554-1)에서 만난 이 옹은 가족들과 일가친척 및 지역주민들에 둘러싸여 얼굴 가득 밝은 웃음을 담고 연방 "감사합니다" "감개무량합니다"라는 인사로 방문객들을 맞았다.

지난 8월에야 확실하게 부친의 생존사실을 알았다는 이부건 의원은 "아버지가 북한에서 국군 포로로 억류 생활을 하면서 전향을 거부한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라는 이야기를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들었다"며 말로 못다 할 고초 속에서도 끝까지 대한민국 국군으로서의 지조를 지킨 부친에 대한 자랑스러운 심경을 내비쳤다.

한편 이 옹의 모교인 웅상초등학교와 양산시의회, 각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 옹의 귀향을 환영하는 대대적인 환영 행사를 가질 계획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