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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공무원노조특별법안에 대하여..
사회

공무원노조특별법안에 대하여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3/10/11 00:00 수정 2003.10.11 00:00
과연 법은 없는 자를 보호하는 장치인가?

공무원에 발을 내 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이다.
교육원에 입교하여 행정실무를 비롯한 공직자로서의 근무 자세에 대하여 여러 가지 교육을 받던 중 한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법 상식에 반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 공감을 했던 적이 있다.

흔히 우리는 "어질고 성실한 사람"을 "법 없이 살 사람"이라고 하는데 실상은 그런 사람일수록 "법 없이 살기 어려운 사람"이라면서 "법은 약하고 없는 사람들을 힘있고 가진 사람들과 동등하게 대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법은 사회 질서를 세우는 근간으로서 힘있는 자로부터 힘없는 자를 법으로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법이 없다면 성실하고 어진 사람은 늘 그 반대의 사람들에게 착취당하면서 살게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수억대 재산을 은닉한 채 고급 승용차를 타고, 한낮에 사우나를 즐기며 골프장을 누비면서도 세입자들의 보증금과 종업원들의 임금을 떼어먹고, 울부짖는 그들에게 내뱉는 말이 "법대로 해라!"는 상황을 수없이 보고 이제는 후배 공직자들이 더 많아진 공직생활을 통해 나는 그 교수님의 말씀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연 법은 있는 자로부터 없는 자를 보호하는 장치인가?
소위 이 사회의 힘있는 사람으로 대변되는, 그래서 그들만의 이익추구에 여념이 없는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자본가들이 법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이런 사회구조 아래에서 법은 힘없는 자와 약한 자를 보호할 수 있을까?

다소 역설적인 말일지 모르지만 공무원 노조관련 법안이 처음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기던 수구세력과 "아직은 시기상조"라던 일부 국민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도 결국 공무원노조의 실체, 세계적 추세, 국제노동기구의 압력, 노사정위원회의 결정 등으로 합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작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의 척결`을 기치로 기득권 층과 힘있는 자들에 맞서 사회적 모순과 그릇된 관행을 하나하나 바꾸어 가며 공무원노조의 합법화를 위해 투쟁해온 공무원 당사자들은 정부의 노조입법안에 크게 반발하며 일반법형식으로 온전한 노동기본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이유는 법의 형식이 특별법이고 법안의 내용이 헌법상 부여된 노동기본권의 일부를 배제하고 가입대상의 범위와 상급단체와의 관계 등에 있어 오히려 없는 것보다 못할 정도로 행동과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상 노동자들에게 부여된 노동권리, 그래서 공무원들에게도 다른 사업체 노동자들과 같이 적용해도 되는데 굳이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무원법에서 우리 공무원들의 의무와 행동규범, 위반하였을 때의 벌칙까지 엄격하게 정하고 있음에도 특별법에서 벌칙을 강화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 말대로 하위직 공무원들이 특별해서 일까?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 해답은 불을 보듯 뻔하다.
법 없이 잘 지내온 대다수 하위 공무원들이 뭉쳐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며, 절대 이러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 하니 힘있는 자를 비롯한 기득권 층들이 또다시 공무원들을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하수인으로, 권력의 시녀로서 부려먹기 위한, 그래서 힘없는 국민들 마저 계속 법으로부터 버림당하도록 만들기 위한 술책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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