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반포 557돌을 기념하여 10월 한 달 동안 다양한 문화ㆍ학술행사가 열린다.
어문정책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한글날인 9일 오전 10시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3부 요인,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 허웅 한글학회 이사장, 학계인사, 시민대표 등 1천5백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한글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기념식은 정재환 한글문화연대 부대표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미국 UC 버클리대 임정빈 교수(한국어 과정)를 비롯한 한글발전유공자에 대한 포상 및 제22회 세종문화상 시상 등이 함께 진행했다.(수상자 명단 별표)
세종대왕사업기념회는 같은 날 국립중앙극장에서 `한글의 위기와 세계화` 특별전시회를 열며 10일부터는 전시회 장소를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으로 옮겨 이달 말까지 전시회를 계속 진행한다.
한글학회는 9일 서울 한글회관에서 `제11회 온겨레 한말글 이름 큰잔치` 시상식을 갖고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을 선정해 시상하였으며 한글문화연대의 `우리 말글 책 잔치`행사를 4-9일 서울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가졌다.
이 밖에 `외국인 한글 글씨쓰기 대회(10일)`, `한글 글꼴 공모전(10일)`, `훈민정음서문과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목판 찍어주기(9-10일)`, `12회 전국 외국인 한글 백일장(27일)` 등 다양한 행사가 문화관광부 후원으로 10월 한 달 동안 이어진다.
학술대회로는 6일 오후 2시 국립국어연구원이 주최하는 학술토론회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는 `우리 말글의 위기,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로 국어순화의 필요성, 국어순화 정책의 문제점, 신문ㆍ방송 언어의 순화문제, 남북 순화용어의 유사점과 차이점등이 중점 논의 되었다.
10일 오후 1시30분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서예관에서는 조선시대 한글서간(편지글씨)인 언간이 갖는 서예적 특성을 조명하기 위한 학술발표대회가 개최되었다.
여기서는 △조선시대 언간의 활용성(홍윤표 연세대 교수) △언간의 판독방안(백두현 경북대 교수) △언간의 연구방안(황문환 정신문화연구원 교수) △언간서체의조형성과 작품화 경향고찰(박병천 경인교대 교수)이 발표되었다.
또 학술대회를 겸해 김일근, 김진세, 여태명, 홍윤표 교수 등이 소장한 미공개 조선시대 한글편지가 전시되며 아울러 박순자, 박정숙 박한용, 이기훈씨 등 여류서예가 8명이 언간체로 창작한 서예품 16점이 전시된다.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 중에는 효종비, 순조비, 흥선대원군, 김정희 등의 친필이 포함돼 있다.
▲한글발전 유공포상자
▷은관문화훈장 : 임정빈(66세ㆍ미국 UC 버클리대 한국어과정 책임교수)
▷보관문화훈장 : 바우더베인 발라번(56ㆍ네덜란드 레이던대 한국학과 주임교수)
▷근정포장은 : 송호림(38ㆍ경찰청 과학수사계장)
▷문화포장은 : 알브레히트 후베(53ㆍ독일 본대학 한국어번역학과 교수)
▷대통령표창 : 김영진(55ㆍ서울 남성중학교 교장) 정삼숙(62ㆍ미국 애틀랜타 제일한국학교 교장) 이종숙(67ㆍ미국 뉴저지 프린스톤 한국학교 교장)
▲22회 세종문화상 수상자
▷문화 : 한국방송 국제협력실 ▷학술 : 남풍현(68ㆍ단국대 명예교수) ▷과학·기술 : 이일항(55ㆍ인하대 정보통신대학원 원장) ▷교육 : 김수형(61ㆍ경기여자고등학교 교장) ▷국방·안보 : 노병천(47ㆍ육군제22사단 53연대장)
우리말 으뜸훼방꾼 `박원홍 의원` 뽑혀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 우리말 훼방꾼·지킴이 10 각각 선정
한글문화운동단체인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공동대표 김경희, 김수업, 김정섭, 이대로)은 557돌 한글날을 앞두고 일반인, 네티즌 등의 추천을 받아 `2003 우리말 훼방꾼 10`과 `2003 우리말 지킴이 10`을 뽑아 지난 5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박원홍 한나라당 의원이 올해 `우리말 으뜸 훼방꾼`으로, 법제처가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각각 뽑혔다. 박 의원이 `우리말 으뜸 훼방꾼`으로 뽑힌 이유는 한자교육과 한자사용 확대를 위해 한자교육개발진흥원 설립, 한자 교육ㆍ사용 확대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 등을 뼈대로 하는 한자교육진흥법안을 대표 발의한 때문이다. 또 책 이름을 영어로 붙이고, 표기마저 영어로 하는 법무부 소식지 `오픈 로(Open Law)`와 뜻조차 알기 어려운 영어식으로 회사이름을 바꾸고 담배이름도 온통 영어로 붙인 케이티앤지(KT&G), 영어로 회사이름(KB)을 바꾼 국민은행, 행정자치부의 한글전용법을 어긴 문서, 서울특별시의 영문 혼용 광고문, 한글전용법을 어기고 불필요하게 영어와 한자를 섞어 쓰는 교육부와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의 문서, LG Telecom-Let`s KT 등 영문 간판과 광고문, HOT SES 등 가수들의 영문이름 등이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힌 `우리말 훼방꾼 10`에 올랐다.
`우리말 으뜸 지킴이`에 뽑힌 법제처는 일본식 한자말 투성이인 법률문장을 한글로 바꾸기 위해 `법률 한글화 특별조치법`을 추진한 공로가 돋보여 `우리말 으뜸 지킴이`가 되었다. 또 우리말 바로 쓰기에 앞장서고 있는 `한겨레` 최인호 교열부장, 한글 인터넷 주소를 실용화한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 이판정 공동대표, 우리말 회사이름을 지켜 쓰는 하나은행, 용인교육청, 오이넷, 경남도민일보, 한살림, 경남 농산물 생산자 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청, 금융감독위원회가 각각 `우리말 지킴이 10`에 뽑혔다.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은 지난 1년 동안 누리그물(인터넷) 통신과 우편, 전화를 통해 추천을 받고 자료를 모은 뒤 운영위원회를 열어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을 가려냈다.
청와대 비서실도 `우리말 훼방꾼`에 뽑힐 뻔
한편 청와대 비서실도 하마터면 `우리말 훼방꾼`에 뽑힐 뻔했다. 이는 청와대 비서실이 정책프로세스개선 비서관, 국정모니터 비서관, 국정과제 태스크포스 비서관 등 비서실 내 직제 이름 상당수를 외국어로 표기함으로써 `우리말 훼방꾼`후보에 선정되었기 때문.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은 올해부터 후보를 공개적으로 추천받아 우리말 훼방꾼에 오른 후보 가운데 책임 있는 기관의 경우, 해당 기관 홈페이지나 문서접수창구를 통해 우리말 훼방꾼 후보가 됐다는 사실을 경고하기로 한 방침에 따라 청와대 게시판에 비서실이 `우리말 훼방꾼` 후보에 선정되었다는 사실과 직제 명칭을 개선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우리말 훼방꾼으로 뽑힐 수 있다는 내용을 띄웠다. 이에 놀란 청와대 비서실은 25일 대통령비서실 운영규정을 개정해 그동안 외국어로 표기돼 온 직제명 등을 우리말로 고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정과제 태스크포스 비서관`은 `국정과제담당 비서관`으로, `정책프로세스 개선 비서관`은 `업무과정개선 비서관`으로 각각 이름이 바뀌었다. 청와대는 또 공문서나 일반 업무과정에서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는 우리말을 사용키로 하고 `어젠다(agenda)`는 과제로, `콘텐츠(contents)`와 `NGO`는 각각 `내용`과 `비정부기구`로 쓰기로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자주 사용돼온 `로드맵(roadmap)`에 대해서도 적절한 표현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청와대가 곧바로 잘못을 깨달아 고침으로써 `우리말 훼방꾼`에 뽑히는 부끄러운 일은 피할 수 있었다.
북한의 `한글날`은 1월 15일
우리가 10월 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북한은 1월 15일을 `훈민정음 창제일`로 기념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훈민정음 반포일(세종28년 음력 9월 상순, 1446년 10월 9일)을 기준으로 `한글날`을 정해 기념해 오고 있는데 반해 북한은 창제일(세종 25년 음력 12월, 1444년 1월15일)을 기념일로 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한에서 한글날로 기념하고 있는 훈민정음 반포일은 북한에서는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