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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천성산 화엄벌 생명을 위한 삼보일배 회향식을 보고..
사회

천성산 화엄벌 생명을 위한 삼보일배 회향식을 보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3/10/11 00:00 수정 2003.10.11 00:00

하늘이 열리고 제일 높은 산만둥이에서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개천절.
화창하고도 드높은 하늘은 우리의 마음을 더 크게 맞이하였다.

나를 포함하여 5명이 한 사람당 이천원 하는 효암버스를 타고 군부대를 통과하여 약40분정도 지나 조그만 효암절에 도착하였다. 버스는 우리 중학교 시절 통학버스를 연상하게 하였다. 어쩌면 그것이 추억의 한 토막을 끌어내는 일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천성산에 간다는 그 생각만으로도 언뜻 옛 추억이 떠올랐으니까… 도시락 준비에 혹시 비는 오지 않을까? 무슨 일은 없을까? 공연한 걱정을 했지만 생각과는 달리 날씨는 좋았고 야유회 가는 기분으로 정말 흥겹기 이를 데 없었다. 산 정상에서 양산의 들녘과 화엄벌을 내려다보는 마음은 정말로 세계를 한눈에 본 듯 가슴이 뭉클했다. 화엄벌 억새는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제 흥에 겨워 멋과 낭만을 그려내고 우리의 가슴은 온 삼라만상에 묻혀들었다. 이 넓은 초원을 누가 망가뜨린단 말인가. 자연의 이 아름다움을 어느 누가 개발을 앞세워 망가뜨린단 말인가. 가슴이 찢어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화엄벌 초원 한가운데서 1시30분부터 스님들의 독경으로 `생명사랑을 위한 삼보일배 회향식`이 시작되었다.
지난 9월 26일부터 부산역 광장에서 화엄벌까지 8일간 50㎞에 걸쳐 이루어진 삼보일배 행사를 마무리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천성산 내원사 품을 떠나보내는 것이 행여 마지막 보는 길이 아닐까 하여 지율스님을 애타게 만류도 해본다.
이번에는 지율스님이 답글로 `천성의 품을 떠나며`란 편지글 낭독을 통해 "이 땅에 뭇 생명의 신음소리 그치지 않으니 이 무상한 육신을 버려 천성의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저자거리에 나서 몸과 목숨을 버리겠다"며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을 밝혀 다시 걷잡을 수 없는 눈물바다. 그렇게 회향식은 끝났다.

지율스님의 간절하고도 성득하신 큰 가름을 아직도 모르고 개발논리에 박수치고 장단 맞추는 세력들은 들으시라.
오늘 잠시의 즐거움과 이익은 훗날에 우리 후손들에게 큰 재앙을 물려주는 것일지라.
환경이 무엇이고, 자연의 법칙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사에 있어서 무엇이 우리에게 참으로 필요하고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를 가슴 깊이 새겨보라.

그래도 저들이 깨닫지 못한다면 천성산을 우리가 우리의 품으로 영원히 품을 수 있도록 어리석은 자들을 계몽하고 우리가 정녕 이 자연과 환경의 지킴이가 되어야 하리라.

박광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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