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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씨줄날줄] 사랑의 바구니..
사회

[씨줄날줄] 사랑의 바구니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3/10/18 00:00 수정 2003.10.18 00:00

거의 온종일을 아래만 내려다보며 살다시피 하는 바쁜 하루 가운데 빨래를 널다 문득 올려다 본 하늘.
`어느새 가을이 저토록 짙었을까?`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장터에서 본 빨간 홍시가 이미 가을을 알려주었던 것을…

해마다 이 무렵이 되면 나는 `사랑의 바구니` 꾸미는 일로 분주하다.
언제부터인지 결혼시즌인 가을이 오면 덩달아 날아오는 결혼식 청첩장도 이제는 달갑잖은 고지서로 변해버렸다.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없는 사람은 또 그런대로 자신이 부조한 돈과 앞으로 건져낼 돈을 셈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각박한 세상살이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남편의 박봉으로 여섯 식구 살림살이가 빠듯한 처지에 이웃의 기쁜 소식이 전해질 때면 내 가슴 속에도 묘한 느낌이 엇갈리는 것을 보면 나 역시 생활의 묵은 때를 타고 있다는 말일까?
그래도 우릴 잊지 않고 불러주는 이웃이 고마워 얼른 고개를 젓고 생각을 바꾼다.

제일 손쉬운 방법은 남들 하는 것처럼 봉투 한 장 불쑥 내밀면 될 터이지만 요즈음은 결혼부조금도 업그레이드 돼 봉투에 2, 3만원 정도 넣어서는 내미는 손이 부끄럽다. 어쨌거나 이런 일을 한달에 몇 차례나 치르려면 어쩔 수 없이 우리 식구들 허리가 휘청거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머리를 짜낸 것이 `사랑의 바구니`- 벌써 십여 년이 되었나 보다.

먼저 할인점에 가서 좀 예쁘다 싶은 플라스틱 바구니 하나를 준비하고 그 안에 작은 소품들을 하나씩 담는다.
반짇고리, 이쑤시개, 마늘 찧게, 김발, 빨래집게, 양말걸이, 칼갈이, 그릇덮개, 문구류, 몇 가지 비상의약품 따위.

혼인준비에 바쁜 당사자들이 미처 신경 써 구하지 못했음직한 작은 살림용구들을 내 살림살이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 둘 마련하여 바구니를 채운다. 물론 예쁜 카드 한 장도 빠트리지 않는다.
때로는 주고 싶은 마음이 예산을 성큼 넘어설 때도 있지만 그래봐야 만 원 안팎이면 넉넉하다.

그 보다는 `사랑의 바구니`를 꾸미는 내 마음이 새록새록 신랑 신부에 대한 사랑으로 차오르니 이로써 그저 행복할 따름이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내 `사랑의 바구니`를 풀어보는 신랑 신부의 얼굴에 피어오를 함박웃음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임인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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