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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문화초대석] 지상의 길을 노래하는 시인 -문학철..
사회

[문화초대석] 지상의 길을 노래하는 시인 -문학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3/10/18 00:00 수정 2003.10.18 00:00
문학은 가치 있는 경험을 형상화 하는 것
종합문학지 《문학청년》창간에 열정 쏟아

깊어가는 가을밤. 차 한 잔 곁들이며 문학을 이야기하는 시간은 복되다.
더구나 이야기상대가 넉넉한 얘깃거리를 지니고 있다면 더 더욱 고마운 일.
그래, 이 시간엔 `재신임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 곤두박질치는 경제는 언제쯤 솟아오를지` 따위는 잠시 관심두지 말자.
다만 우리네 한살이에 밥 먹고 배설하고 몸 부비는 일 말고도 삶을 이루는 다른 무엇이 없는지를 묻고 들어보자.

시인 문학철- 마흔 일곱의 고교(보광고) 국어교사.
뜸들일 것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 본다.
-문학이 무엇입니까? 우리의 삶에 도대체 문학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요?
"언어를 삶의 도구라 할 때, 일상의 언어는 대체로 투박합니다. 그러나 문학의 언어는 매우 정교하고 정밀하죠. 그러기에 일상의 언어로서는 표현 못하는 것을 문학이 담아낸다고 볼 수 있겠죠. 우리가 잘 산다고 말할 때, 그것은 가치 있는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문학은 바로 그 가치 있는 경험을 형상화 하는 것입니다."

대답이 막힘없고 거침없다.
"머리로만 아는 것은 유치원에서도 배웁니다. 그러나 삶에 있어서의 감동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죠. 감동의 체험은 문학을 통해서 비로소 가능한 것입니다."

이만하고 별 시답잖은 것도 한번 물어보자.

-문학이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나요?
"제 이름을 뜯어보십시오. 한자로 文學哲인데 앞에서 두 글자가 文學, 뒤에서 두 글자가 哲學아닙니까? 선친께서 이름을 이리 지어주셨으니 내 이름이 곧 내 운명을 만들어 준 셈이죠."

그렇구나. 비켜갈 수 없는 운명이었구나. 문학을 하되 철학적인 글쓰기, 다시 말해 격조 높은 문학을 해야 할 운명.
다행히 어렸을 때부터 글재간도 있었고 대학도 국문과(영남대)를 선택하는 자연스런 수순을 밟는다.

1957년 경북 상주시 모동면에서 태어난 문학철.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85년에 양산의 보광중 교사로 오면서 상주사람 문학철과 양산이 인연을 맺게 된다. 그 뒤 보광고로 자리를 옮기게 되고 그의 양산살이는 어느새 18년이 넘었다.

오늘날 그는 시인으로 꽤 필명을 날리게 되었지만 대학시절 문학도로서의 문학철이 첫뜻을 두었던 것은 소설.
그러나 학교에서는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쳐야하고 가정에서는 가장으로서 식솔들을 건사해야하는 팍팍한 생활을 하면서 소설을 쓰는 일은 예사 버거운 일이 아니었다. 다 팽개치고 대들면 모를까 해야 할일 다하면서 시간이나 공력이 엄청 드는 소설에 매달리기엔 워낙 힘이 부치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방향을 전환한 것이 <시>. 시는 섬광처럼 시상이 떠오르면 10분, 아니 어쩌면 1분에라도 한 편의 작품을 창작해 낼 수 있으니 바쁜 그에게는 실로 마침맞았겠다.
다행이 시가 술술 써졌다. 길어내고 또 길어내도 시의 샘물이 마르지 않았던 것이다. 발표하는 시들마다 주목을 받으면서 그는 비로소 본격적인 시작(詩作)에 몰입하고 다른 시인들과의 교류도 이루게 된다.

이 무렵에 그가 몸담고 있는 학교 부근 하북에서 <차말사람들>이라는 시동아리를 만들게 되고 시우가 경영하는 찻집에서 시낭송회도 꾸려가는 가운데 `최돈석` `김복진` 등과 더불어 3인 시집 《가슴속에 꽃을 피우는 한 송이 풀잎을 위해》도 내고《주변인의 시》라는 시전문잡지도 만든다.

시인에게 시란 과연 무엇일까? 그의 두 번째 시집 《지상의 길》에 수록된 <서시(序詩)>에서 그는 시를 `낯섦` `떨림`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그의 시 한편을 보자.
<범람하는 강물로도 바다는 높이를 더하지 않지만 / 한 방울 눈물로도 바다는 키를 키운다
태산을 태우고도 하늘은 붉어지지 않지만 / 장미꽃 한 송이 피어나 / 하늘은 온 저녁 붉게 타 오른다> (눈물 -지상의 길) 전문.

보여 지는 부분 뒤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 그것을 정교하게 짜놓은 시를 좋은 시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시란 가치 있는 체험을 운율 있는 언어로 압축하여 형상화한 문학"이라는 그의 말대로라면 독자는 터질 것 같은 압축에서 잔뜩 긴장을 느끼고 그 압축의 어느 한 순간, 마침내 대폭발을 경험하면서 큰 감동을 얻어 낼 일이다.

지금도 부단히 시작에 임하고 있는 그가 이 즈음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일은 자신이 편집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종합문학지 《문학청년》창간이다. 빠르면 이번 겨울호가 창간호가 되겠지만 늦어지면 내년 봄호로 창간을 하겠단다. 시집 《사랑은 감출수록 넘쳐흘러라》와 《지상의 길》이 있다.

늘 그랬듯이 학교에서는 변함없이 아이들에게 문학에의 꿈을 심어주고 이녁의 시의 지평도 한층 더 넓혀 자신과 이웃이 두루 복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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