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다 도심과는 멀리 떨어져 천성산 자락 양지바른 곳에 앉아있는 마을이라 마을이 밝으면서도 한가롭다.
도예공방 `흙마실 도예`와 `대석도예` 그리고 한방전통 음식점 `죽림산방(竹林山房)을 찾아 본다.
[흙마실 도예]
마을 오른 쪽을 에둘러 들어가면 두어 채 창고 같은 퇴락한 시멘트 건물이 보인다. 그 중의 하나가 [흙마실 도예].
바깥 모습은 꽤나 을씨년스럽다 싶었는데 집안으로 들어서니 아늑한 온기가 느껴진다. 아기자기한 도기들 때문인가 보다.
인기척을 하니 30대 후반 쯤으로 보이는 여인이 나와 의아한 낯빛으로 낯선 길손을 맞는다.
수인사를 나누고 찾아 온 사연을 알리자 비로소 이녁의 명함을 건네준다.
<흙마실 도예ㆍ이재숙> 앙증스러운 도자기 석 점이 마침맞은 자리에 배치되어 있는 본새가 도예가의 명함답다.
"20대 후반 어느 날, 문득 물레를 배워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것이 어쩌다 흙을 만지게 되었지요."
그로부터 10년. 우리네 필부필부들은 흙을 만져보기는커녕 쉽게 흙을 밟아볼 수도 없는 형편인데 이 이는 날마다 흙을 주물럭거리고 있으니 그것도 복인 양 싶다.
-도예를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地ㆍ水ㆍ火ㆍ風ㆍ空- 온 삼라만상의 원리가 도예에 다 담겨있죠. 세상 만물의 원소가 땅과 물, 불과 바람, 공기이듯이 도자기는 이 다섯 가지 중 하나가 빠져도 안 됩니다. 그러니 도예는 곧 우주고 삼라만상입니다." 도예 10년의 내공이 예사롭지 않다 싶다.
흙과 더불어 지내느라고 아직 결혼도 하지 못했다는 그네가 수도승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안 그래도 요즈음 `반야심경`에 심취해 있단다.
`아무쪼록 곱고 아름답게, 그리고 복되게 사시길…` 집 밖을 나서며 혼자 마음속으로 빌어 본다.
[대석도예]
[대석도예] 이 공방은 마을 왼쪽 끝자락쯤에 있다. 철재 대문에 나란히 걸려있는 도예 인형들에 눈이 팔려 한참 들여다보고 있는데 큰 놈, 작은 놈, 몇 마리 견공들이 컹컹 참견을 한다. 주인보다 저네들이 먼저 손님을 맞겠단다. 드디어 주인장이 나오고 서로 인사가 오고가고…
임재형. 나이 서른일곱. 도예는 89년부터 시작했단다.
"처음에는 그림과 조각 즉 조소를 했습니다. 조소를 하면서 흙을 만지다가 결국은 도자기를 하게 되었지요."
아, 그러고 보니 대문에 걸려있는 인형들이 그냥 그저 생긴 게 아니구나 싶다. 아예 도예 인형 쪽으로 특화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넌지시 권해보니까 그렇잖아도 그럴 생각이란다.
"도예는 자기가 스스로 좋아서 해야지 할 것이 없어서 생활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하면 결코 좋은 작품을 창조해 낼 수 없습니다. 할 수 없이 하는 일에는 아무래도 `기`가 들어가지 않게 되지요. 창작하는 사람의 `혼`과 `기`가 들어가야 비로소 좋은 작품이 탄생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한 분야에서 나름의 입지를 굳힌 사람의 입에서나 나옴직한 말이겠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는 마음 자세가 부럽다.
[죽림산방]
이름 그대로 대숲에 둘러싸여 단정하게 앉아있는 본채와 부속 건물들이 정갈하고 단아하다. 얼핏 봐서는 여느 음식점 같지만 여기는 그냥 예사 음식점이 아니다. `생약연구가`이기도 하고 `한방전통음식연구가`이기도 한 이 댁 안 주인, 권민경 씨의 정성과 손맛에서 나오는 먹거리들이 한결같이 특별하다.
"모든 음식에는 독소를 해독시키는 재료들이 들어갑니다. 많은 분들이 질병의 예방차원에서 이곳의 음식을 들고 가십니다만 더러는 질병의 치료목적으로 잡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70여 가지의 약초들을 직접 재배한다는 주인 마나님의 설명이다. 물론 인공 조미료는 일체 쓰지 않는단다. 별달리 선전을 하지 않는데도 입소문에 따라 인근 부산, 울산 등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이 집은 항상 붐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