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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원동면] 원동매실 신화의 장본인..
사회

[원동면] 원동매실 신화의 장본인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3/11/01 00:00 수정 2003.11.01 00:00
수려한 낙동강과 줄기찬 토곡산의 정기 간직한 전통의 고향

13대째 원동토박이 정진석 씨. 올해 67세.
 
`원동의 살아있는 산 역사`라는 정영현 면장의 소개다. 이 어른이 오늘 우리의 원동유람의 가이드를 하시겠다니 이런 행운이 어디 있나 싶다. 이녁의 차를 손수 운전해 신흥사와 원동휴양림을 거쳐 가야진사, 그리고 원동들 딸기밭을 두루 안내한다.
 
65년에 지방공무원으로 출발해 꼬박 20년간 공직에 몸담았단다.
 
"20년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85년에 원동농협조합장에 출마해 3대부터 5대까지 계속 농협을 관리했습니다. 그러다가 92년에 은퇴한 이후로 농사를 짓고 있지요."
 
그러는 한편 면사무소 앞에 작은 사무실을 내 행정서사 일을 하면서 호적사무를 비롯해 등기신청, 농지전용, 측량신청, 산림형질 변경허가 등 크고 작은 각종 민원을 대행함으로써 여전히 지역민들을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신흥사를 향해가다 영포마을에 이르니 말로만 듣던 매실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86년에 우루과이라운드가 체결되면서 농촌에 큰 위기가 불어 닥쳤죠. 그때 내가 농민들에게 이제 벼농사와 보리농사는 그만두어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시한 대안이 매실제배였지요."
 
그러나 농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우루과이라운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벼농사가 농사의 근본이라고만 믿어온 농민들이 벼농사를 그만두라는 그의 말을 받아들일 리 만무였다. 똑똑하다고 조합장 시켜놓았더니 엉뚱한 소리나 하고 있다면서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는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붙여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농민들은 조합장의 생각이 옳았음을 알게 되었으니 매실수확에서 오는 소득이 연간 3억에 이르렀던 것이다. 더욱이 드라마 `허준`이 방영된 이후로는 한해 수확이 10년 농사와 버금가는 소득을 올려주었다.
 
`아, 그 유명한 원동의 특산물이 바로 이 분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 였구나`

멀리 앞을 내다 본 그의 혜안이 놀랍다. 원동들 딸기제배도 자신이 나서서 대량생산 체재를 갖추었단다. 당시 소일거리로 제배한 딸기를 원동역 앞에 나가 팔던 것이 고작이던 농민들에게 대량생산을 독려했다.
 
"당신들은 제배만 열심히 하십시오. 판매는 이 정진석이 책임지겠습니다."
 
그렇게 하여 생산된 딸기를 부산의 농산물공판장에 내다팔아 연간 40억의 매출을 이루어 냈다. 한집에 1억 매출은 보통이었다. 그로 인해 농협예금도 하루 1,200만원씩 올리게 되었고 총 예금고가 100억에까지 도달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덕분에 경영부실조합이던 원동농협이 일약 봉사조합으로 도약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땅에서 나름대로 뜻있는 삶을 펼쳐 온 그로서는 젊은이들이 농촌을 마다하고 떠나버려 날로 공동화되어가는 오늘의 농촌현실이 마냥 아쉽기만 하다. 아득히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어깨위로 낙엽 한 닢이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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