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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사설]학교급식문제, 더 이상 머뭇거릴 때 아니다..
사회

[사설]학교급식문제, 더 이상 머뭇거릴 때 아니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3/11/01 00:00 수정 2003.11.01 00:00
학교급식 = 국가 장래 위한 투자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중ㆍ고등학교 급식비리의 실상이 밝혀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직원들이 학교급식을 맡고 있는 위탁업체 사장으로부터 5년간 수천만 원대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더 자세한 진상은 수사가 마무리 되어봐야 다 밝혀지겠지만, 우선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놀라움을 가눌 길 없다.
 
교장을 비롯한 이들 교직원이 위탁업체에 정기적인 금품과 향응을 강요했다고 하고 강남지역 룸살롱을 드나들며 5백만원대의 술대접을 받은 뒤 1인당 1백만원씩 총 5백만원의 고스톱 판돈을 챙겼을 뿐만 아니라 향응 후 접대여성과의 2차비용까지 위탁업자에게 부담시켰다는 데는 그저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위탁급식업자들이 연간 급식계약액의 3~5%를 리베이트로 학교에 제공한다는 소문도 공연한 헛소문이 아니었음이 확인된 셈이다. 이렇듯 더러운 뒷거래로 업자에게 코가 꿴 학교가 급식업자들을 제대로 관리했을 리 만무할 터이니 그동안 빈번하게 발생했던 학교 안 식중독 사고 또한 이런 비리와 깊은 연결 고리가 있었으리라는 것도 충분히 짐작할만하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전국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급식 식중독사고가 35건에 3,625명으로 지난 한해 전체의 4배가량 늘어났다고 하지 않는가. 먹이사슬치고는 참으로 고약한 먹이사슬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아마도 교원으로서의 도덕성은 물론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아예 내팽개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건강하게 자라야 할 우리의 청소년들이 어른들, 그것도 어쩌면 하늘처럼 믿고 따랐을 선생님들이 저지른 추잡한 장난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오늘의 이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문제는 이런 급식비리가 적발된 한 학교에만 있겠느냐는 것이다. 교총이나 전교조 같은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는 관련비리 적발과 고발에 앞장서고 교육당국과 수사당국은 위탁급식에 대한 광범위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건강을 해치는 급식을 한 업체와 비리에 연루된 교직자에게 엄중한 법의 심판을 내림으로써 다시는 아이들의 건강을 볼모로 한 부끄러운 거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체력은 국력이란 말이 있듯이 우리 청소년들의 체력과 건강은 마땅히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기에 뜻있는 학부모들과 양식있는 교사들은 오래 전부터 △급식방식을 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하는 것을 비롯해 △우리 농ㆍ수ㆍ축산물 및 친환경 농산물의 최우선 사용 △급식재정의 확보 등을 골자로 한 `학교급식법의 개정과 학교급식조례의 제정`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우리 경남에서도 지난 6월27일, `학교급식법 개정 및 조례제정을 위한 경남연대`를 출범시키고 토론회 및 기자회견, 도교위에 청원서 제출, 도보순례 등 다각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울러 경남의 20개시ㆍ군 전역에도 조례제정을 위한 지역모임이 결성됨으로써 우리 양산에서도 급식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일부 관료들과 자치단체장은 학교급식법에 우리 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하면 국제통상규범, 이른바 세계무역기구(WTO)의 내국민 대우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WTO 정부조달협정 제23조 제2항은 정부가 공중의 안전과 건강을 위하여 추진하는 정책에서 국내산 상품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고 WTO 협정은 정부가 공공 목적을 위하여 구입하는 상품에 대하여는 시장에 다시 판매될 용도, 또는 판매용 상품 원료 용도가 아닌 한 이른바 내국민대우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GATT 1947 협정 제8-a조)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처럼 우리도 학교급식을 공공정책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국제통상규범과의 마찰 없이도 학교급식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안이 있으리라고 믿는다.
 
이제 `학교급식조례제정`이 급식문제 해결의 한 대안으로 제시된 이상 당국은 국제통상규범을 빌미로 무턱대고 고개만 내저을게 아니라 이 제안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를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또한 우리고장 민의의 대변기관인 시의회에도 이 문제에 대한 의회 차원의 논의를 펼쳐 주기를 촉구한다. 발등의 불이 된 학교급식문제를 두고 더 이상 머뭇거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학교급식이 국가 장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과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아울러 우리 농업을 살리는 길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학교급식조례`의 제정에 대한 열린 마음의 접근이 요구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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