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가방 던져놓고 동네 공터에 모입니다.
저마다 딱지며, 구슬을 가지고 놀이를 시작하지요.
누군가 잡기 놀이하자하면 모두들 가지고 있던 놀잇감을 주머니에 넣고 편나누고 놀이가 시작되지요. 공터에 그림 그려놓고 오징어-달구지를 하고, 알맞은 돌 주워다가 비석치기하고, 냇가에서 고기잡기하고...
전쟁놀이 유행할때면 저마다 솜씨를 자랑하며 총을 만들어 오고, 칼을 만들고 놀이규칙도 만들어가면서 나이 많은 애나 적은 애나 어울려 놀이를 합니다. 놀이에 사용되는 놀잇감도 저마다 다르고 특색있지요.
이렇게 놀다보면 시간은 어느새 지나가고, 해지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머님께 혼나기 일쑤지요.
그때 그 곳엔 아이들 문화가 있었지요. 공터마다 들판마다 동산마다 아이들이 있고 떠들고 싸우고 어울리며 아이들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갔지요.
요즘 아이들의 삶을 돌아봅니다.
조그만 공터라도 있으면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섭니다. 그 곳엔 어김없이 도로가 나지요. 놀 곳 없는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돌면서 빡빡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요. 그러다보니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기 힘들고 또래끼리 모여 놀이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더욱 힘듭니다. 어른이 만들어 놓은 계획표에 의해 움직이는 아이들은 점점 놀이문화에서 멀어지고 어쩌다 시간이 나면 컴퓨터 오락과 텔레비전에 투자하지요. 점점 어울리는 놀이문화보다는 혼자하는 놀이에 익숙해져 있답니다.
대부분의 놀잇감은 문방구에 가면 있고 더 나은 성능의 놀잇감은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하지요. 돈 없으면 놀이에 어울릴 수 없고 놀이에서 소외받지요. 이제 딱지까지도 돈을 주고 사야지 놀이를 할 수 있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사행심을 조장하고 아이들은 스스로 만든 문화가 아니라 어른들이 조장하고 있는 문화에 길들여져 갑니다.
스스로 만든 놀이문화가 없는 아이들, 컴퓨터 오락과 텔레비전 영상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어린이 문화, 돈으로 놀잇감을 사는 사회 속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왕따`가 유행처럼 번져가고 왕따를 시키는 이유가 그냥 "심심해서"라는 조사를 실은 신문을 보면서 `이 아이들을 어찌해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가슴 답답했지요. 이제 `왕따`가 아이들 놀이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학원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초등학교 5학년생이 "물고기처럼 자유롭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망감을 느꼈지요. 어른들이 만든 틀에 우리 아이들은 점점 죽어가고 있지나 않은지?
"살아있는 아이들 문화 만들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