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단순한 살인사건에서 연쇄살인사건으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사건의 실마리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또다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주차장에서 손가락이 꺾인 채 자신의 차에서 죽어있는 사람, 죽은 사람의 공통점은 백화점 직원이라는 것뿐… 범인이 누구인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이 백화점의 보안 책임자인 우영민은 퇴직한 전직 형사로서 보안업체에서 파견 나온 직원이다. 사건 처리문제로 곤경에 빠진 우영민 앞에 이사건의 담당형사로 그의 옛 동료이자 라이벌인 하현수가 나타나 진두지휘한다. 직접 사건을 해결하려고 종용하는 보안업체의 상사와 사건 현장을 배회하는 수수께끼의 여인 사이에서 우영민은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자꾸 사건에 얽혀 들어가고 살인사건 역시 미궁으로 빠져들 뿐 사건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는다. 사건이 전개되면서 우영민의 과거가 밝혀지고 전직형사와 담당형사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의 이유가 드러난다. 첫 장면부터 어두운 표정을 가진 채 사건을 풀어나가는 우영민의 모습 또한 매력적으로 다가선다.
우영민과는 다른 시각으로 범인을 추적중인 형사(하현수)는 정신병력이 있는 이지현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녀는 백화점 화재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언니의 복수를 자행하고 있다고 믿고 그녀를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한다. 사건은 미궁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백화점은 개장을 하게 되고 스토리를 뒤엎는 반전과 함께 죽음의 그림자는 사람들을 일대 혼란에 빠뜨린다.
이 영화는 단조로운 듯 하면서도 다른 공포영화와는 약간은 이질적인 친숙한 공포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거울이라는 고전적 이미지를 중점적으로 사용했기에 약간은 친숙한 공포가 흥미롭다. 어릴 때부터 거울 속에 비치는 귀신이야기를 듣고 자라온 한국인 정서를 극중에서 언급되는 얀 아이크의 <아그놀피니의 결혼>을 통해 표현하고 풀어나가는 게 무척이나 흥미롭다.
최근 개봉된 국내 공포영화들과는 달리 단순한 내러티브나 절규하는 비명소리, 유혈이 낭자한 화면만으로 가득 찬 공포영화에서 벗어나 더욱 높아진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소재와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이 영화는 지금껏 그 어떤 영화에서도 사용된 적 없는 독특하면서도 친근한 소재로 관객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다른 공포물처럼 내용이 없이 그저 공포심을 심어주는 데어서 그치지 않고 작가가 우리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내용이기에 더욱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 같다.
거울 속에 비치는 스스로의 모습은 같지만 가식과 거짓의 모습을 가진 자신과 진실만을 보여주는 거울 속의 자신 모습은 분명 틀릴 것이다. 작가는 아마도 이 말을 영화를 통해서 알리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스토리에 비해서 약간은 지루하면서도 미리 예측할 수 있을 법한 상황전개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거울의 포괄적인 의미를 이해하기엔 약간은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광고에 비해 실속 없는 영화에 지친 이들에게는 권하고 싶은 영화임이 틀림없다.
참고로 <아그놀피의 결혼>은 얀 아이크의 작품으로 두 남녀가 모델인 작품으로 자세히 보면 모델에게서 보여 지지 않았던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비친 아이러니한 작품 중의 하나이다. 그림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한번쯤 기억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알고 영화를 시청한다면 영화를 한껏 더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영화를 통해 한국의 공포영화가 다시금 업그레이드되었음을 느낀다. 더 이상 한국공포영화에 대해서 유치하다, 혹은 재미없다는 인식이 이 영화를 통해서 조금은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최근에 개봉된 영화들은 선전에 비해 내용이 선전 효과 기대치에 못 미치는 만큼 이번 영화는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동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