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이라는 말에는 무협지에 나오는 화려한 검의 맞대결이 아니라 섬뜩한 살수의 냄새가 배어있다. 나는 아직까지 닭 모가지 한 번 제대로 비틀어 본 적 없지만 이 말에서 다섯 치를 넘지 않는 얼음 같은 어장검(御藏劍)으로 갈비뼈 틈을 비집고 심장을 단숨에 꿰뚫는 전율이 묻어나는 것을 느끼곤 한다.
시계추처럼 집과 학교만 오가던 오늘과 어제가 구별되지 않는 안일에 빠져 부조리한 일상에도 무감각하게 변한 나의 심장을 단도직입으로 꿰뚫은 시다.
8년 전, 글을 다시 쓰도록 하고 잡지를 창간하고 문학동아리를 만들게 한 한편의 시다. 지난 수요일 저녁에는 퇴근하면서 학교급식법개정과 급식조례제정을 위한 전교조경남지부 도보순례단이 양산지역을 돌고 저녁에 양산시외버스터미널 앞마당에서 시민대회를 여는 곳에 가 여러 단체 사람들과 같이 하게 했다. 단도직입이되 죽이는 것이 아니라 죽은 심장을 되살려내는 칼날을 가진 시다.
문학철 시인ㆍ보광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