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溪山) 니근 길로 흥치며 도라와서
아해야 금서(琴書)를 다스려라 나믄 해를 보내리라
- 조선 영조 때의 가인(歌人) 김천택 시조 -
몇 년 전 주말, 통도사 나들목 들어서면서 차들이 주춤주춤 가다서다 했다. "아빠, 저 버스 봐. 왜 저래?" 앞을 가로막은 관광버스 궁둥이가 흔들흔들 춤을 춘다. 주차장에 들어서면 남은 흥으로 차에서 내려서도 덩실덩실 춤추며 화장실로 달려갈 얼굴 붉은 아줌마들 뒷모습 같다.
"처남, 흉하게 보지 말게. 농사짓는 사람들 스트레스 이렇게라도 한 번 씩 풀지 않으면 숨 못 쉬네." 큰형님네 둘째 치운 날 경기도 시흥에서 고향으로 내려오는 관광버스 안에서 노래방 기기 틀어놓고 노래하고 춤추는 손님들 시중드는 내게 소주 한 잔 건네며 큰자형이 했던 말이다.
자연 속에서 실컷 풍류를 즐기며 놀다가 돌아오는데 하필이면 저는 나귀에 몸을 싣고 돌아온다. 왜 멀쩡한 나귀 아닌 저는 나귀를 타고 돌아오는 것일까. 나귀가 지금 절고 있지만 본래 절름발이는 아니다. 나귀를 탄 사람이 아직 흥이 남아 어깨 들썩이며 나귀 위에서 춤추고 있기 때문에 저는 것일 뿐이다. 관광버스 궁둥이가 흔들흔들 흔들리는 것처럼 나귀가 절름발이가 된 것이다.
흥이라는 물건이 어떻게 생긴 것일까. 나귀에 싣고 보니 멀쩡한 나귀가 전다. 멀쩡한 관광버스가 흔들흔들 춤을 춘다.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림보다 선명하게 그리는 것이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