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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생활속에서] "자연속에서 보물찾기"..
사회

[생활속에서] "자연속에서 보물찾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3/11/15 00:00 수정 2003.11.15 00:00

창조학교 건너편 매곡마을 들어가는 입구에 커다랗고 오래된 당산나무가 있습니다.
 
이 당산나무는 느티나무입니다. 지금은 짙은 주홍색으로 온 몸이 불타는 듯이 보입니다.
생뚱맞게 새로 지어진 마을 입구의 새로운 건물을 가려서 낯설어 하는 눈을 도와줍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낙엽싸움 할 나뭇잎을 주고 더운 여름에는 찬 공기도 만들어 줍니다.
 
창조학교 바깥수업은 대부분 이 느티나무에서 모든 내용이 시작되고 끝납니다. 그날도 이느티나무에 모여 모둠 뽑기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마을 속 보물찾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줄기에는 노란색 또는 하얀색 액이 나오는 풀 한 포기`정심이와 서현이가 당장에 꽃도 없는 애기똥풀잎을 찾아왔습니다. 요한이는 씀바귀줄기를 찾아 왔습니다. 용주는 이것저것을 조금씩 뜯어서 살펴봅니다. 보물찾기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걸 보니 오늘 수업은 용주에게 잘 맞나 봅니다.
 
아이들을 방해하진 않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자기가 좋아하는 수업만 특별히 열중하는 용주입니다. `당산나무 언덕에서 식물의 종자 세가지 찾기` 금새 아이들은 감나무 밑에서 떨어진 감을 찾아 후두득 맛있게 먹고는 감 씨만 빼서 개울에서 깨끗하게 씻어서 갖고 옵니다. 그리고 여귀와 강아지풀 씨를 털어서 거침없이 들고 와서는 다음에 찾을 보물지시문을 받아 갑니다.
 
`나를 나타내는 식물 한가지 찾아오기`에서 아이들은 질경이를 가져와 자기의 성격이 고집이 세고 질기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비유에 큰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작은 잎을 가장 많이 달고 있는 나뭇잎`으로는 아카시아꽃잎과 산초나무 잎을 들고 올 줄알았는데 한결이가 고사리 잎을 따왔습니다. 글쎄, 통 잎 인 것 같은데 알 수가 없어서 다음 지시문을 주었습니다. `보호색을 가진 동물 또는 곤충 한 마리 찾기`에서 아이들은 메뚜기와 노린재를 가장 많이 찾습니다. 참, 찾다보니 애벌레들도 보호색으로 위장하고 있더군요. 늦가을인데도 애벌레가 꾀 많이 보였습니다.
 
`옷에 붙은 식물 찾기`에서는 도깨비 풀 씨, 환삼덩굴 잎 등 여기 저기 이름 모를 풀씨들을몸에 주렁주렁 달고 나타났습니다. 역시 종언이가 가장 많이 달고 나타났습니다.
 
`어머니를 생각나게 해 주는 식물 또는 식물의 한 부분과 그 이유`에서는 감잎을 들고 와서 "반들반들하고 부드러운 것이 엄마랑 닮았어요"라고 하고 한 아이는 감을 들고 와 우리의 배를 채워주고 달콤한 것이 엄마를 생각나게 한다고 합니다.
 
`먹을 수 있는 것 3가지를 찾아 맛을 보세요.`는 고마리꽃과 괭이밥, 쑥을 들고 왔습니다.
가을 쑥이라서 쑥을 입에 넣으려는 아이를 막고는 고마리꽃을 아이들 앞에서 먹었습니다.
 
`새콤해요, 선생님` 괭이밥은 아이들이 작 먹는 식물입니다. 익숙하게 이것저것을 조금씩 맛보며 자연과 하나 되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연스럽습니다.
 
한달내내 바깥을 돌며 수업하고 금요일은 가능한 정리 작업을 하고는 합니다.
고학년 아이들에게는 늘상 미안합니다. 주3일 수업하고 허둥지둥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오늘도 앉아 이 글을 씁니다. 쫓기는 수업을 하지 말자 하면서도 그 달에 정한 주제를 고학년 아이들과 제대로 풀고 있는지 스스로 뒤돌아보면 글쎄 자신있게 답할 수 없습니다.
 
그냥 오늘도 무리한 일은 없었는지 또는 아이들과 다투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봅니다.
그런데 지금도 귀가 멍멍합니다. 사실은 아이들이 아니라 내가 소리를 더 많이 지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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