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곡 백종춘(梅谷 白種春)- 경기도 군포에서 후학을 기르며 조용히 서예에 정진하던 그가 먼 길을 거쳐 이곳 경상도 양산에 온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도 잠시 들리러 온 것이 아니라 숫제 예서 새로운 삶의 둥지를 틀 요량으로 왔다니…
"지난 여름에 휴가차 양산에 들렀다가 양산의 풍광에 홀딱 반했습니다. 이런 산수가 빼어난 곳에서 글씨도 쓰고 인심 좋은 경상도 사람들과 벗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요. 처음에는 그저 막연한 꿈으로만 생각했었는데 부산에 있는 제자들이 내 속마음을 눈치 채고는 자꾸만 내려오라고 강권해 못이긴 척 이렇게 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달 초에 온 이 이방인에게 경상도 인심은 뜨겁기만 했다. 같은 서예계의 사람들이야 의당 반갑게 맞을 일이었겠으나 서예와는 별 상관도 없을 법한 사람들도 찾아 와 이것저것 물어쌓고 정을 붙이려 든다.
"모두들 반갑게 맞아주어 어리둥절할 정도입니다. 특히 `매요 김정보`씨라든지 부산 쪽에 제자들이 많아 낯선 곳에 온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요. 오고 보니 마침 부산의 동의공업대에도 출강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그는 하도 수상경력이 화려해 서예계에 두루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실상 아직 30대 초반의 젊은이다.
△국전 특선 및 입선 5회 △동아미전 입선 2회 △제물포서예문인화대전 대상 △KBS전국휘호대회 우수상 △추사추모전국서예백일장 차하 등 주요 수상경력만도 수두룩하다. 그런 경력에 따라 △제물포서예문인화대전 △경기도서예대전 △KBS전국휘호대회 △한국서예청년작가전 △추사추모전국서예백일장 △경인미술대전 등의 초대착가 및 추천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하니 가히 나이를 뛰어넘는 활약상이라 하겠다.
그 중에서도 20세에서 40세의 젊은 서예인을 대상으로 예술의 전당이 개최하는 청년작가전에 연 다섯 차례나 입상한 것은 서예계의 한 전설로 전해지고 있으니 `한문` `한글` `전각` `사군자`의 서예 전 과정을 패스한 경우가 백종춘 씨를 포함해 전국에 2명뿐이고 28살의 나이에 이 대회의 최연소 초대작가가 된 것도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한다. 이를 통해 `매곡 백종춘`이라는 이름이 세상에 두루 알려지고 적잖은 유명세도 치르게 된다.
"더러는 백종춘이 돈께나 썼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요. 하긴 무슨 대회든지 뒷말이 많고 상을 타기 위한 뒷거래가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으니 그런 오해가 생길 법도 했지요. 그러나 저는 상을 살만한 돈도 없었을 뿐더러 누가 상준다고 돈 달라 했으면 아예 글씨를 안 썼을 것입니다."
그런 그가 그의 스승인 `심은 전정우(沁隱 全正雨)`선생이 심사하는 대회에서는 상을 받아 본 일이 없다하니 스승도 제자도 다 이녁 앞가림이 유별났던가 보다.
여기서 그의 서예 입문 동기를 들어보자.
"초등학교 4학년 때였어요. 담임선생님이 마침 서예를 하시는 분이었는데 방과 후에 서예를 지도하셨지요. 그 때 선생님으로부터 곧잘 칭찬을 들었습니다. 그것이 서예의 길로 들어선 계기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칭찬에 마음이 부풀어 있던 그 때 그의 꿈은 나중에 `서예학원 원장`이 되는 거였다. 아니, 유명한 서예가로 이름을 떨쳐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서예학원 원장이었다니. 그러나 그 소박한 꿈이 오늘의 그를 있게 한 단초가 되었으려니…
그 뒤로 몇 몇 서예학원을 다니면서 필력을 다듬어 가던 그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각종 성인서예대회에 나가 여러 대회의 상을 거두게 된다. 이 무렵 아들의 재기를 눈여겨 보아왔던 그의 아버지도 큰 대회가 있을 때는 대회장 근처에 며칠씩 여관을 잡아주고 대회를 준비하게 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아들의 큰 후원자가 되어 주셨다.
그러다 군대를 갔다 오고 제대 후 서예학원 강사를 하던 어느 날, 그는 마침내 `심은 전정우` 선생의 문하로 들어가는 영광을 얻게 되고 심은 선생을 사사하면서 비로소 서예의 바른 길을 찾게 된다.
"처음 선생님을 찾아 갔을 때, 벽에 걸려있는 선배들의 글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지금까지 보아왔던 글씨하고는 딴판이었어요.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지요."
그가 심은 선생을 만난 것은 그에게는 실로 더없는 행운이었다. 나중에 각종 대회에 나가 선배들이 입선을 하면 자신은 특선을 하는 등 매번 선배들을 앞질러 선배들로부터 밉보이기까지 했지만 선생의 밑에서 그는 일취월장했다. 그가 그토록 떠받드는 스승 `심은 전정우` 선생은 세상이 다 아는 서예의 대가. `여초(如秒) 김응현` 선생의 제자다. 그러므로 매곡은 `심은`과 `여초` 선생의 예맥을 이어받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서예의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제 바야흐로 `매곡 백종춘`의 양산살이는 시작됐다. 신도시 대동상가 3층에 자신의 호를 딴 `매곡서당`을 열어 놓고 양산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이루어 나갈 백종춘-
그가 이곳에서 가꾸어 나갈 꿈의 색깔은 무슨 빛을 띄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