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詩가 있는 마을] 소리를 그리다..
사회

[詩가 있는 마을] 소리를 그리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3/11/15 00:00 수정 2003.11.15 00:00

입을 자루에 담아
우지끈,
묶어놓은

석삼년
냉벙어리
쑤셔박힌
옹이처럼

그 가슴
떨궈놓누나
이 산 한 점
저 산에다 한 점

- 김종윤 '뻐꾹새는 홀로 바둑을 둔다' 全文 -

"이게 무슨 소리?"
고층 아파트 사이로 메아리쳐 울려오는 것은 틀림없는 철 잊은 뻐꾸기 소리다. 엊그제 통도사 끼고 도는 산길에 구절초와 같이 진달래꽃 한 송이 피어있더니 뻐꾸기가 정신이 나간 모양이다. 보리누름철이면 영양부족으로 누렇게 뜬 얼굴에 눈을 떠도 감아도 점점이 반짝이는 것들이 아른거렸다. 아른아른 어지러운 속에 뻐꾸기 소리는 이 산 저 산 메아리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면서 더 어지럽게 했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뻐꾸기 소리 듣지 못했다. 베란다 창을 열고 내다보니 채소 파는 용달차 한 대 서 있을 뿐이다.
 
자루에 담겨 입을 우지끈 묶인 채 석삼년을 꿍꿍 앓기만 하면서 냉벙어리로 지낼 수밖에 없었던 가슴의 한이 맺혀 옹이로 박힌다. 마침내 그 옹이가 내 한 부분이 되어 꺼내어 만져볼 수도 있고 여기 저기 놓아 볼 수도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 골짝에서 `뻐꾹` 하면 저 골짝에서 메아리처럼 `뻐꾹`한다. 옹이로 맺힌 한이 메아리로 건너간다. 산천을 바둑판 삼아 한 맺힌 바둑돌을 놓는 뻐꾸기 소리가 눈물겹게 눈부시다.
 
탄소가루가 고온고압에서 금강석으로 응결하듯 긴 글로도 표현하지 못하는 그림을 비유와 여백을 통해 압축, 응결시켰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