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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따뜻한 이야기] 어른들은 나무심고 아이들은 이름표 달고..
사회

[따뜻한 이야기] 어른들은 나무심고 아이들은 이름표 달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3/11/22 00:00 수정 2003.11.22 00:00
어곡마을 주민들의 별난 나무가꾸기 '잔잔한 화제'

나무야, 나무야,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잘 자라 거라. 네가 목마르지 않게 물 길어다 줄게"어곡마을 어린이들의 간절한 소망이 늦가을 하늘에 울려 퍼진다. 어른들이 스스로 마을 뒷산 산책로에 나무를 심고 가꿔 선한 본보기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그들의 어린 아들 딸들이 고사리 손으로 어른들이 심어놓은 나무들을 가꾸겠다고 나서 또 다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육림의 날이었던 지난 8일, 어곡초등학교 4, 5, 6학년 어린이 1백50여명은 삼성아파트 및 성신아파트 뒤쪽 등산로를 찾았다. 지난 봄 엄마 아빠들이 심어놓은 나무를 가꾸는 일에 이젠 자신들의 어린 손길을 보태보겠다는 갸륵한 마음에서다. 고사리 손으로 나무에 비료도 주고 행여 나뭇가지가 부러지지는 않았는지, 버팀목은 별일 없는지를 꼼꼼히 살폈다. 그러고는 앞으로 나무를 잘 보살피겠다는 마음을 글로 적은 패찰을 나무에 달면서 아이들은 내년 봄 화사하게 피어날 꽃길을 꿈꿨다. 짙어가는 가을, 잎들은 하나 둘 지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나무사랑`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리는 아름다운 하루였다. 등산로 들머리에 `미소띤 얼굴` `밝은 표정`이라는 이름으로 서 있는 장승도 입을 크게 벌리고 덩달아 웃고 있고.
 
지역 시의원인 김일권 시의회 부의장이 마련한 이날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에게는 옛 소풍먹거리의 하나였던 주먹밥도 주어졌는데 아이들은 주먹밥이 무슨 별미라도 되는 양, 깔깔대며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도 심어주고 자연사랑과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한 체험을 안겨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김 부의장은 "두 아파트의 주민들이 자리를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없었는데 이번 행사로 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었던 것도 뜻 깊은 일이었지만 주민들 스스로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주인의식과 공동체 의식이 싹 트게 된 것이 큰 보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부의장은 또 "2006년에는 벚꽃축제를 벌이기로 주민들과 약속을 했다"면서 마을 어른들과 아이들이 정성을 기울여 나무를 가꿀 테니 2006년의 벚꽃축제는 참으로 화사한 꽃 잔치가 될 것 같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한편 어곡마을 주민들은 지난 4월 식목일 행사의 일환으로 성신아파트 뒤편 등산로 1.6㎞ 구간에 벚나무와 느티나무 등 시가 제공한 나무 3백 그루를 직접 심고 나무마다 명패를 달아 관리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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