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의 <꽃>에 나오는 구절이다. 여기서 `꽃`은 구체적 실체가 아니라 시인의 관념 속에 있는 추상적 존재이다. `인간(존재)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제시된 비유적 소재이다. 모양이 없는 것을 모양 있는 것으로 형상화해 놓은 것이다.
복학하면서 도서관에서 소설 습작에 매달려 있을 무렵 현대시 강의를 통해 들었던 이야기다. 그런데 나는 이 시를 배우면서 연애편지 대신 써먹을 생각을 했었다. 중앙도서관 대열람실, 원고지 수북이 쌓아 둔 내 자리에서 대각선 건너편 자리에 자주 앉아 있던 뽀얀 피부에 동그스럼한 턱선과 크고 맑은 눈이 어울리던 가정과 여학생에게 자판기 커피 한 잔 하며 원고지 뒷면에 정성들여 쓴 <꽃>을 주었더니 `외워서 썼나요?`했다. 그 앞에서 외웠더니 배꽃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녀가 그<꽃>을 받으면서 인간 존재의 비밀을 깨달은 즐거움에 그렇게 환하게 웃었을까? 장미꽃 한 송이 받은 기쁨으로 읽었을 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꽃>을 잘못 읽었던 것일까? 아니다. 정확하게 읽었다. 원고지 몇 장을 버려가며 정서하고 외웠던 내 마음을 정확히 읽었던 것이다.
졸시 한 편 붙인다. 내가 오독(誤讀)했던 것처럼 누군가 그렇게 읽어준다고 해서 섭섭할 것 하나 없다.
유리창으로 햇살이 석 삼 년 비치기로 / 마룻바닥이 타겠는가 // 얼음 렌즈라도 초점 잘 맞추면 / 한 순간에 연기와 함께 불이 난다 // 네 눈빛 한 번에 / 새카맣게 탄 마음 속 자국 / 어떻게 지워낼 수 있으랴
졸시 「관심2」全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