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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특별기고] 수렁에 빠진 한국 언론..
사회

[특별기고] 수렁에 빠진 한국 언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3/11/29 00:00 수정 2003.11.29 00:00

지난 10여년 사이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산업분야 중 하나가 언론분야이다. 겉보기엔 신문이나 방송 모두 예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기사와 사진을 인쇄한 종이신문이 새벽 문앞에 배달되고, 9시가 되면 어김없이 TV 화면에 사회자가 등장해 뉴스를 보내준다. 그러나 독자와 시청자들의 언론문화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 전까지는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과 같이 한 지역이나 한 국가에서 모든 사람이 동일한 뉴스를 공유하는 문화였다. 그래서 방송은 국가가 관리하는 공영방송 위주로, 신문은 수도에서 발행되는 신문이 전국뉴스를 다루거나, 대도시 신문이 인근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까지 다루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사는 곳은 달라도, 사는 형편은 달라도 국민들이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접하는 뉴스는 큰 차이가 없었다.
 
덕분에 언론하기는 쉬었다. 다른 신문이나 방송에서 하는대로 따라하기만 해도 장사가 되는 시장이었다. 더구나 언론매체를 적극 활용해야하는 정치권이나 기업에서 음으로 양으로 언론사들을 지원함에 따라, 언론사업은 해서 손해볼 것이 없는 장사처럼 보였다. 재벌기업이던 개인사업자던 언론산업에 뛰어들려고 안달을 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 구도가 순식간에 깨어졌다. 먼저 방송시장에 변화가 생겼다. 1990년대 중반들어 유선방송과 위성방송이 생기면서, 그전까지는 3-4개의 채널에 불과하던 것이 30-40개로 늘었다. 그러나 시청자수는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시청시간은 줄어드는 추세이니, 당연히 시청율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방송사들은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승부를 걸기 보다는 값싸고 쉽게 시청율 높이는데 전력투구했다. 자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화면으로 사람들의 눈을 끄는데 치중했다. 한편 시청율 저하로 수익성이 떨어지니 제작비에 충분한 투자를 할 수 없었다. 결국 시청율도 확보 못하고, 시청자들의 신뢰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신문의 구독율 하강추세는 더욱 뚜렷해졌다. 이는 일부 개발도상국을 제외하고는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한국신문의 추락세는 특히 심각한 실정이다. 발행부수의 통계조차 잡히지 않을 정도로 낙후한 신문업계라서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새로이 신문을 보는 사람보다는 보던 신문을 끊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신문사간의 구독자 확보 경쟁도 새로운 구독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신문 보던 사람들을 끌어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선진국의 신문업계에서는 신문의 신뢰도를 높이고, 독자들의 아픈 곳을 찾아가는 언론이 되기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경영의 효율성과 뉴스의 적절성,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독자들에게 필요한 뉴스, 독자들이 믿을 만한 뉴스를 찾아내서 신속하게 전달해주는 것이다. 그외에는 신문이 살아남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정권을 때리고, 분쟁을 부풀리고, 말초적이고 지엽적인 것을 통해 독자들의 이목을 끄는데 몰두하고 있다.

신문광고의 문제점도 심각하다. 소위 PR 광고나 홍보광고라면서, 신문기사처럼 만든 광고가 지면을 뒤덮고 있다. 광고주가 급감하니 궁여지책이라 하겠지만, 마치 농사꾼이 종자씨 까먹는 꼴이다. 광고를 기사처럼 속여서 만들면, 그 광고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신문기사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된다. 믿지 못할 기사가 실린 신문을 읽을 독자가 어디있겠는가? 지역신문의 경우, 지역주민들의 여론보다는 광고주나 정부의 장단에 맞추면서 역시 제발등을 찍고 있다.

핵폐기장 후보지로 지정되어 주민들의 반대여론이 비등한 부안에서는 전국언론 뿐만 아니라 지역언론에게 까지도 분노하고 있다. 지역언론의 왜곡보도에 분통이 터진 부안주민들이 기자들을 구타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 군민의 진실한 메아리를 다만 50%만이라도 방영을 해줬더라면 우리 이렇게 분노를 안 할 것입니다." "요새 텔레비전을 보니까 우리 다치고 깨지고 하는 것은 일절 안 나와. 이빨이 나가고 모가지가 부러지고...그러니 어떻게 살아. 우리는 진짜로...못 살것어..."문화방송 <미디어 비평>에서 인터뷰한 부안주민들의 절규이다.

부안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최근 강원도 철원군 이장단은 그들에게 무료로 배포되는 계도지 거부운동에 나섰다. 한탄강댐 건설을 옹호하는 건설교통부의 광고를 지역 일간지들이 신문전면에 게재한데서 비롯되었다. 철원군민들은 한탄강댐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서 수년동안 노력해왔다.
 
독자와 시청자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해 유인하고, 광고를 기사처럼 꾸며서 먹고사는 언론이 연명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역주민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정부와 기업의 대변자로 전락한 지역언론이 퇴출될 날도 머지 않았다. 비록 더디긴 하지만 역사의 강물은 결코 거꾸로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 장호순교수는 한국 언론 연구원 객원 연구원을 역임했으며 작은 학교를 지키는 사람들 대표, 바른지역 언론인 연대 자문위원, 민주언론 운동 시민연합이사로 있습니다. 특히 "작은 언론이 희망이다"라는 저서와 칼럼을 통해서 지역언론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으며 양산시민신문의 창간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앞으로 양산시민신문은 장호순교수의 칼럼을 통해서 지역언론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합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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