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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詩가 있는 마을] 긴장, 그리고 낯선 시선..
사회

[詩가 있는 마을] 긴장, 그리고 낯선 시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3/11/29 00:00 수정 2003.11.29 00:00

낯선 여인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난다. 긴장해서 돌아보는 여인. 몇 가지 중간 단계의 설명이 생략된 것에서 오는 낯선 상황이 화면을 팽팽하게 만든다. 몇 년 전 어느 광고의 한 장면이다.
 
 
시는 삶의 기록이되 낯선 것과의 대면으로 팽팽해진 삶의 기록이다. 제 몸에 뿌린 향수 냄새 금새 잊는다. 근심 푸는 냄새도 견디면 무감각해진다. 불같던 사랑도 길들고 보면 흔적 없다. 익숙함의 끝은 죽음에 닿는다. 삶이란 낯섦과의 만남이며 흔들림이요 설렘이다. 시는 언제나 첫 만남과 같은 익숙하지 않은 낯섦이다.
 
그렇다. 시는 낯선 시선으로 대상과 만나는 것이다. 이미 익숙할대로 익숙한 것에서 익숙하지 않은 낯선 모습을 발견해서 팽팽해진 긴장감을 얻어내는 것이 시다.
 
처음엔 그냥 잡티로만 알았습니다. / 깍두기 조각에 올라앉은 새우의 두 눈이라니!
/곰탕 한 그릇 다 비울 때까지 / 나는 그 깍두기를 집어먹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다 허물어지고 나서도 / 또렷이 노려보는 그 두 눈앞에서 / 나는
결국 자신이 없었지요. / 그 저녁 / 내가 두려웠던 건 무엇이었을까요? /
그가 노려봤던 건 또 무엇이었을까요?
- 최돈석 '새우' 全文 -

그냥 잡티로만 알았던 `깍두기 위에 올라앉은 새우의 두 눈`이 또렷이 노려보는 앞에서 여리고 순한 그는 자신이 없었다. 그 저녁 `다 허물어지고 나서도 또렷이 노려보는` 두 눈이 너무 낯설었던 것이다. 허물어지지 않는 눈이 지닌 의미와 눈싸움을 하면서 그가 읽은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 낯선 긴장감으로 팽팽해진 식탁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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