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에 과 수석으로 들어간 아들 녀석이 학교 갈 때 왼쪽 귀를 가리는 것이 이상해서 남편이 불러 살펴봤더니 귀 위 머리카락을 밀어 비둘기 한 마리 새겨두었더라고 했다. 실랑이 끝에 결국 아들은 가출을 하고 기말고사 시험에서 전과목 백지를 내어 처벌을 받더니 마침내 공부를 놓쳐 외국 유학을 갔다고 했다. 그리고 남편은 집에서 왕따가 되었다고 했다.
축구 시합하다 밟혀 엄지발톱이 빠지고 보니 모든 신경이 엄지발톱에만 갔다. 멀쩡할 때는 모르다가 어디든 한 번 고장이 나고 보면 고장 난 한 곳이 나머지 전부만큼이나 소중하다. 그 한 곳 때문에 나머지 전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애먹이는 녀석 하나 없는 반 맡아서야 무슨 담임하는 맛이 나겠나." 큰소리 쳤었는데 요즘 애먹이는 녀석들 수준이 '장난'이 아니다. 고등학생이면 알 것 다 안다. 다 알면서도 애먹이는 녀석들 끊임없이 애먹인다. 그 녀석들 한둘 때문에 반 안의 다른 서른 서너 명의 아이들 신경 쓸 틈 없다.
붙잡아 두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 퇴학시켜 다른 아이들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닐까. 다른 멀쩡한 아이들도 담임 관심 받을 권리 있는데. 자퇴서 받아둔 것 이제 정말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면 다시 읽어보는 것이 있다.
땡감은 마음껏 떫어 벌레가 없고 / 밤은 가시로 싸서 속살 지킨다 // 세상일이 모다 떫 어 툴툴대는 놈 / 촘촘한 가시로 찔러대는 놈 / 제 속 다 익도록 기다려 보자 // 밤은 떫은 보늬까지 벗겨 먹지만 / 도토리 떫은 맛 다 우려내면 / 도토리묵맛 얻을 수 없다 // 떨감은 익혀내어 홍시로 먹고 / 깎아 말려 곶감으로 먹지만 / 석류는 단맛 속에 신맛 남겨야 석류 // 어른 되어 어찌 단맛만 보랴
졸시 「가을에」전문
그렇다. 어른이 되어 어찌 단맛만 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