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에 걸린 10살짜리 아들을, 떠나고 없는 부인 대신, 2년 동안 혼자 간병을 했다는 줄거리다. 큰 부자가 아닌 이상, 장기입원을 하는 가족일원이 있다면, 쉽게 알거지가 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나는 백혈병에 걸린 아들보다도 그 아빠가 더 불쌍했다. 너무 가여워서 엉엉 울고 싶었다. 병원비가 없어 신장기증을 하려니, 난데없이 간암 말기 선고를 받았던 것이다. 오로지 아들만을 살리기 위해서 옆도, 뒤도 안 돌아보고, 앞만 달려온 그 2년 동안 막상 자신은 그런 큰 병에 걸린 줄도 미처 몰랐던 것이다.
가시고기는 작은 물고기인데, 엄마 가시고기는 알을 낳으면 달아나 버린다.
그러면, 아빠 가시고기가 잠도 안 자고, 밥도 못 먹으면서 그 알들을 지킨다. 알에서 새끼가 나오면 아빠 가시고기는 바위에 머리를 부딪쳐 죽는다는 것이다.
백혈병에 걸린 아들은 아빠가, 행여나 아빠 가시고기가 될까 봐 걱정했었다. 그런데 아무도 모르게 그는 아빠 가시고기가 되어 버렸다.
마지막 죽음도 가족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너무도 쓸쓸하게 죽어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건강함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렸고, 나도 자식을 위해서 과연 이런 희생을 감내할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고, 부족한 부모 노릇에 부끄러운 마음이 한없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