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전 분야에 걸쳐서 너무나 어수선한 한 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 교육면만 보아도 여러 갈등으로 인하여 학부모님들에게 많은 심려를 끼친 것도 사실입니다. 어떤 일이나 업무를 추진할 때는 조직 구성원들의 협의나 토론을 거쳐 합의를 도출한 다음, 완급과 순서를 정하여 신중히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인데, 상급 기관의 정책이나 일선 학교에서의 업무를 일방적, 지시적, 즉흥적으로 추진하려는 태도에 일선 교직원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하나의 문제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는 단체나 개인이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양보의 미덕은 뒤로하고, 서로의 주장을 과하게 표현함으로써 사회나 조직의 갈등을 증폭시켜 교육의 목적 달성에 장애 요인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제는 누구를 탓하기 전에 모두 하나가 되어 '우리 학생들'의 바른 성장에 최선을 다할 때라고 믿습니다.
2. 다 함께
학교의 주체는 학생, 교직원, 학부모, 학교운영위원 등 모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학생들의 올바른 교육을 위하고, 학교 발전에 힘쓰는 교육공동체의 모든 분들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런 모든 분들이 학교 교육의 공통분모인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모두가 다 함께 참여하여야 할 것입니다. 명시적 교육과정이나 잠재적 교육과정 등, 모두가 학생들을 위한다는 명제 앞에선 비록 사고나 방법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합의와 타협은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학교의 관리자는 학생들의 자치활동, 교직원들의 각종 위원회 활동,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 활동 등의 활성화를 통하여 의견을 존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며, 부장 중심의 학교 예산 수립과 집행 등 교직원 모두가 주인의식으로 적극적인 참여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3. 즐겁게
학생들의 학습은 교육 과정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각종 동아리 활동이나 놀이 등 모든 활동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봅니다. 자주적 학습 활동을 조장한다는 미명 아래 우리 학생들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늘 공부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입니다.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즐겁게 생활하는 가운데 자주적이고 협동적으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여야 하겠습니다.
교사들의 자율성은 지난 날에 비하여 상당히 신장되었다고 보지만, 아직도 많은 교사들은 부족한 면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관리자와 교사들의 사고의 괴리는 대화를 통하여 충분히 근접시킬 수 있으며, 교사들이 잘 해 주기를 바라기 전에 교사들을 신뢰하고, 그들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해결 해 주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교사들이 자율과 책임으로 신뢰받는 교사로서 신바람 나는 교육 활동을 펼칠 때, 우리 교육의 앞날은 더욱 알차고 환해지리라 믿습니다.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은 지대합니다. 다수가 아닌 소수의 사소한 의견도 수렴하도록 노력하고, 학교 교육과정의 공개와 학생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의 교육을 하며, 열린 경영을 펼친다면, 학부모들도 교육을 이해하고 즐겁게 동참하리라 봅니다.
4. 보람을
'교육은 백년지 대계'라 하여 그 결과는 금방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우리 학생들이 바람직한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 교육의 주ㆍ객체가 모두 보람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학교의 작은 예를 들어보면, 학교 홈페이지를 새로 개설한 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만, 이 곳을 통하여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귀엽고 애교 넘치는 이야기, 선생님들의 깊고 건전하며 사랑이 가득찬 교육적인 이야기, 학부모들의 학교 사랑 이야기, 역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졸업생들의 모교 사랑 이야기 등, 홈페이지 대화방을 통하여 우리 모두는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때로는 교장실에서, 때로는 학년별 연구실에서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같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 활동과 각종 지원은 학생에게 초점을 맞춤으로써 분열되지 않고, 강요되지 않으며, 난제엔 토론과 협의로, 서로 이해하며 협동으로 나가기 위해 같이 노력합니다. 그리하여 알찬 결실을 거두고, 학생, 교직원, 학부모 등 모두가 보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5. 접으며
교육의 열매는 금방 열리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학생들의 바른 성장은 우리의 목표이지 방편이 아닙니다. 우리의 교사들은 최일선 현장에서 미래의 꿈나무들을 가꾸는 전문 인력입니다. 우리 학생들의 희망찬 앞날을 위해서는 선생님들의 가슴 가득한 사랑과 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소양이 필요하며, 그것을 활짝 펼칠 때 알찬 열매가 맺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선생님들을 위한 관리자로서의 저의 자그마한 소망은 이렇습니다.
감독자이기보다 격려자가 되게 하고, 권위에 의존하지 말고 신용 있는 자가 되게 바라며, 두려움보다 사랑을 발산하도록 하고, 나보다는 우리를, 누가 보다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하며, 이룰 수 없다는 생각보다 할 수 있다는 지혜와 존경을 요구하는, 파렴치를 억제하는 관리자가 되도록 노력함이 필요하다고 믿으며 이 글을 접습니다.
하해남 교장
양산 신기초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