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부분의 여성 작가들이 여성의 시각에서 비롯된 여성문제나 남성문제들을 우울한 시각으로 그리는데 비해 이 양귀자 작가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들, 슬픔들, 고민들을 조곤조곤 풀어낸다. 그런 작가가 동화책을 썼다니...? 게다가 실화라니...? 이 책을 다 읽어 내는 데는 적은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한번 손에 잡으면 놓지 못하게 하는 그 무엇... 그게 작가의 힘일까, 아니면 소재의 힘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누리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정말로 누리였다면...? 나는 선뜻 엄마를 찾겠다고 서울로 무작정 떠나지도 않았을 거고, 떠났다고 해도 서울역 화장실을 헤매다 만난 화장이 진한 여자를 무작정 따라가지도 않았을 거고, 밥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곡예 훈련을 시키는 아저씨의 매를 피해 도망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생각이 미치니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간담이 서늘해진다. 그러면서 그런 역경을 다 이겨내고 대학생까지 된 누리의 이야기가 가슴 저미도록 슬퍼졌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요즘 들떠있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조금만 시선을 비켜나도 누리와 같은 아이들이 참으로 많을 것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고아원에 맡겨지는 아이들, 미아가 되어 길을 잃고 헤매는 아이들, 몸이 아파 고통 받는 아이들... 이 아이들 역시 누리의 다른 모습이리라. 이 아이들도 누리처럼 씩씩하게 슬픔과 역경을 딛고 살아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것은 그것이 그 아이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린이를 위한 장편동화라고 되어 있지만 난 이 책을 많은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러면 누리처럼 힘들고 어려움을 겪어야만 하는 아이들이 조금은 줄어들고, 많이 가진 자는 덜 가진 자에게, 덜 가진 자는 더 못 가진 자에게 베푸는 더불어 사는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이 추운 겨울에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따뜻한 사랑'이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미숙
양산도서관 사임당 독서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