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1일 충북 음성에서의 조류독감 발생이후 한 달 만에 무려 전국 16개 지역으로 확산됐다는 점에서도 여간 큰 걱정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걱정이 되는 것은 닭, 오리 농가들이 입을 경제적 타격이다. 여느 때 같으면 설 연휴 대목을 앞두고 수요가 크게 증가해 단단히 한몫 잡을 수 있었을 텐데 한몫 잡기는커녕 멀쩡한 닭, 오리마저 땅에 파묻어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굳이 묻지 않아도 다 알 일이다. 뜻하지 않은 날벼락에 시름에 젖어 있을 이웃들이 어디 양계 농가뿐이랴. 닭고기 가공식품의 수출 길도 벌써 끊어져버렸으니 조류독감으로 인한 한숨소리를 내는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닐 터이다.
그런데 그동안 조류독감이 발생했던 농가의 농민들과 종계장 종사자 등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 중 독감증세를 보인 사람이 한명도 없는 것에서 보듯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는 고병원성이긴 하지만 인체 감염 위험성이 극히 작거나 없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관계자도 “통상적인 잠복기인 4~5일의 3배인 15일이 지났으나 독감 증상이 없는 것으로 미뤄 인체 감염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바 있다.
물론 베트남에서 조류독감으로 12명이 숨졌다는 세계보건기구(WH0)의 13일자 발표가 있어 우리나라에서 아직 인체감염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마냥 안심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조류독감에 대한 지나친 피해의식으로 닭, 오리고기 먹는 것까지를 기피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이번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섭씨 70도에서 5분간만 익히면 감염된 닭과 오리를 먹더라도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의 식생활 습관상 닭, 오리고기는 삶거나 튀기는 등 섭씨 75도 이상 익혀서 먹기 때문에 닭, 오리고기를 먹는 것으로 조류독감에 걸릴 위험은 전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여파로 닭, 오리고기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너무 지나친 조급성이 아닌가 싶다.
당국은 축산농가를 비롯한 관련업체들에 대한 신속하고 차질없는 지원책을 펼쳐야 할 일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공연한 걱정을 떨쳐버리고 닭, 오리고기 소비만이라도 늘림으로써 시름에 젖어있는 이웃들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주었으면 한다.
'닭·오리고기 안심하고 드세요-' 이는 지난 연말 경남농협이 도민들에게 나누어준 닭, 오리고기 소비촉진 전단지의 제목이다. 그래, 우리 모두 닭, 오리고기 안심하고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