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북한에서 남한으로 귀순하는 사람들을 연민과 관심의 눈길로 보았다. 그들에 대한 관심이 TV라는 매체를 통해 표출되기도 했다. 우리는 그들이 TV에 나와 토해 놓는 걸쭉한 북한의 사투리에 귀를 쫑긋 세우면서 그 뜻을 알고는 박장대소를 하기도 했다. 그 뒤로 북쪽 사투리는 퀴즈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가 되기도 했다. 또한 그들의 입을 통해 닫혀있는 북한 사회의 소식을 접하면서 쯧쯧 혀를 차기도 하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들의 세계를 알게 되면서 북한에 대한 생각이 훨씬 호의적으로 발전해 갔다. 이는 반공이라는 말이 더 이상 우리의 입을 통해 나오지 않는 구시대의 산물로 버려지게 되는 역사를 만들었다. 그 후로 세월이 흐르면서 귀순해오는 탈북자들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었고, 우리의 관심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갔다. 이제는 그들의 삶이 어떤지, 어떤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우리의 관심사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그들이 새로운 터전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건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쉽게 망각한다. 그들의 고민과 어려움이 정녕 어떤 것인가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는 처음부터 그랬다. 다만 겉으로 보이는, 우리와 다른 그들의 말투와 행동만을 주시했다. 탈북가족 중에는 아이들도 있다. 이 아이들이 그동안 살아온 전혀 다른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그 아픔을 진심으로 끌어안으려고 하기 보다는 동물원 원숭이 보듯 했다.
탈북한 아이들의 고민을 풀어놓은 이야기가 동화로 나왔다. '딱친구 강만기'(문선이 글 / 푸른숲)는 탈북 소년의 입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다. '딱친구'는 북한 말로 '단짝 친구, 어깨동무하며 함께 걷는 둘도 없는 단짝친구'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에서는 만기네 가족이 죽음을 무릅쓰고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가는 도중 어머니가 괴한들에게 끌려가고 세 가족은 중국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조선족 집에 머물면서 공안에게 들킬까봐 주인의 눈치를 보며 모든 허드렛일을 하며 생활하는 모습을, 2부에서는 아버지가 먼저 남한으로 가고 그 뒤를 이어 만기 남매도 남한으로 가지만 너무나 다른 남한 사회에서 겪는 고민과 갈등이 그려져 있다.
이 글의 주인공인 만기는 남한의 학교 수업을 따라잡을 수 가 없어 12살인 자기 나이보다 어린 아이들(10살, 3학년)과 함께 공부하게 되는데 자신의 나이와 탈북한 사실을 비밀로 한다. 만기가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 적응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생활할 때 다니던 학교에서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북한에도 음료수 있어?'
'북한은 못살지?'
'내 샤프 줄까? 아직 쓸 만해.'
'북한에선 고기 잘 못 먹지? 이거 내것 다 먹어'
까르르 웃는 아이들...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는 남한의 아이들은 만기를 그저 도와야 할 대상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알려고 하지 않았던, 그래서 탈북 아이들의 고민을 모르고 지냈던 우리들에게 만기의 이야기는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우리의 커다란 과제는 통일이다. 통일을 절실히 기다리는 우리 민족이 먼저 치러야할 과제가 바로 탈북한 사람들에 대한 진실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입을 통해 쓴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어른들의 삶도 그려져 있다. 남은 방학기간 동안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좋을 책이다.
언젠가 탈북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TV를 통해 보았다. 악착같이 살려는 그들의 몸부림이 눈에 선하게 다가온다.
분단의 아픔을 다시 한번 겪는 이들의 가슴 저림을 우리는 어찌 이해 할 수 있을까?
이제는 강만기가 우리들에게 딱친구가 되었으면, 그리고 우리네들이 강만기에게 있어 딱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유내영 (동화 읽는 어른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