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지역에서 발생한 가금인플루엔자(조류독감)에 대한 방역활동이 농림부와 경남도, 양산시 등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허상만 농림부 장관이 24일 가금인플루엔자(조류독감) 발생지인 양산시를 방문, 조류독감 방역 추진 상황을 확인하고 조기 종식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29일까지 연 인원 3천 3백명의 공무원이 동원, 31농가 71만9천마리의 닭과 오리 등이 살처분 매몰돼 현재까지 확산 조짐 등의 징후 없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양산시는 조류독감의 재확산 예방차원에서 조류독감 발생농가 인근에 사육중인 개와 염소 등 2백여 마리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살처분했으며 살처분된 농가의 사료와 계분 등을 먹는 쥐와 까마귀, 까치 등이 2차 전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양계장 주변의 야생조류의 이동을 막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남도와 양산시는 24일부터 분뇨와 계란, 난좌(판매용 계란담는 용기)에 대한 이동경로를 추적, 연관 있는 3개 농가의 닭(3만 5천마리)을 살처분하기도 했다.
한편 조류독감이 중국,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조류독감 감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하자 양산을 비롯한 조류독감 발생지역에서는 인체감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양산시는 1차 살처분에 동원된 공무원 중 9명과 최초 발생농가 농장 종사자 2명 등 11명에 대해 인후도찰(목젓검사)과 채혈을 통해 질병관리본부와 경남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으나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살처분에 동원된 1천 592명에 대한 조류독감 감염여부를 검사한 결과 양성 반응자는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감염되면 우짜노"
살처분 현장 공무원들 불안감 고조
WHO(세계보건기구)가 조류독감의 변종바이러스 H5N1가 인간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결합되면 전세계에서 수백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는 가운데 가금류의 살처분 현장에 동원되고 있는 양산시의 공무원들 사이에 조류독감의 인체감염에 대한 공포감이 고조되고 있다.
공무원노조 양산시지부 홈페이지에는 이들의 심경을 잘 반영한 글들이 오르고 있다.
<베트남에 조류독감 관련해서 사람이 죽었다는데 정말 사람에게 해가 없는 것일까? 내일 살처분 가는데 우째 불안하노. -장딱->
<약 한 알 먹여놓고 전장에 내보내지 말고 정부에서는 인체에는 정말 무해한지를 철저히 조사하여 소상히 밝혀야만 안심하고 남은 달구새끼 자루에 담는다. 우리에게도 소중한 가족들이 있다. -조디구호->
불안감과 함께 현장에서 꾀를 부리는 동료, 또는 간부들에 대한 불만과 항의성 글도 올라 있다.
<우리도 집에 가면 가족이 있고 목숨이 중요한 것 다 알고 있다. 우리는 하고 싶어 조류독감에 걸린 닭 살처분 현장가서 일하는 줄 아나. 도망간 사람은 뭔가.>
<내 진짜로 제안한데이. 너거들 백번 시부리는 것 보다 하루 날 잡아 가지고 진짜로 닭장에 와서 다문 몇 시간이라도 정식으로 너거들(과장이상 간부들)끼리 같이 작업하고 그 다음부터 지시해라. 현장 사정을 하나도 모리는 것들이 무슨 지시고. 때리치아라 마. 지금 시상이 어떤 시상인데 생명수당 안주모 안간다. -달구세끼->
이런 가운데 '사랑은'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공무원은 "누구한사람 게으름 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 우리가 자랑스럽습니다. 설날 연휴도 일부는 반납하여야 하지만 전체를 위하여 자신이 희생한다는 마음을 갖는다면 정말 훈훈한 우리 직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라며 자신들의 하는 일에 대해 강한 사명감과 긍지를 내비쳐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익혀 먹으면 괜찮다 카는데 와 이리 손님이 없노"
닭ㆍ오리탕 업주들 울상
조류독감 발병 국이 10여개 국으로 늘어난 가운데 오리, 닭과 오리에 관련된 업체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28일 정오 양산 상북면에 있는 ㄱ백숙집에는 점심시간이지만 50여개의 식탁에 한 사람의 손님도 없었다.
주방 옆의 작은 방에서 나온 업주 구정우(46)씨는 "지난달부터 오리, 닭을 찾는 손님이 전혀 없고 오리, 닭과 상관없는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조차도 찾는 사람이 줄었다"며 "간판이나 메뉴에 오리. 닭을 빼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조류독감파동이전에는 평일 하루 10여 테이블에 2, 30분의 예약손님으로 채워졌는데 지금은 예약은 고사하고 오는 손님이 한 분도 없다"며 "매상도 평소 매상의 10%밖에 오르지 않아, 일부 종업원들도 월급 받기가 미안하다며 그만두고 말았다"고 했다.
신시가지에 있는 ㄷ업소 오용식(45)씨는 "언론에서 자꾸 떠드니까 더욱 더 손님이 없는 것 같다"며 "타 지역에서는 시장이나 군수가 조류시식회도 한다고 들었는데 양산은 그런 것도 안한다'고 푸념했다.
남부시장의 닭도매상 하호봉씨는 "10여년을 삼계와 육계를 도매해 왔는데 지금 같은 때는 없었다. 덕계, 석계, 부산 등 100여 업소에 닭을 공급해 왔는데 지금은 주문이 전혀 없다. 30여 업소가 전업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스산한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남부 시장의 ㅎ마트 김위수(34) 팀장은 닭은 꾸준히 소비되는 서민식품인데 평소5, 60마리가 판매되던 것이 지금은 10여 마리도 판매가 인된다며 닭값도 3000원 하던 것이 1900원으로 내렸다고 전했다.
조류독감에 걸린 오리, 닭이라도 충분히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는 농림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불안심리에 따른 소비위축이 서민가계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기경훈 기자 / hun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