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양산에 마침내 시립예술단이 태어나게 됨으로써 비로소 우리 양산의 문화적 위상이 우뚝 서게 되었다.
합창단,관악단,어린이합창단- 아직은 음악에 국한된 미약한 출발이긴 하나, 이로써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예술단시대의 실마리를 풀었으니 앞으로 날이 가고 해가 거듭되면서 양산예술 전반에 커다란 발돋움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일 낮,시립 3개 예술단 사령탑으로서의 무거운 책무를 맡게 된 세 음악가와 자리를 함께 했다.
김성중(합창단), 박우진(관악단), 백아름(어린이합창단)
시립예술단의 첫 지휘봉을 잡게 된 이들 세 지휘자는 양산시립예술단 창단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까?
김성중=양산이 시 승격 후 여러 분야에서 눈에 드러나는 변화와 발전은 있었습니다만, 문화ㆍ예술적 측면에서는 이렇다할 변화가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시립예술단의 창단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그 동안의 발전이 물질적인 것에 치우쳤다면 이번 시립예술단의 창단은 정신적 토양의 토대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백아름=어린이합창단이 함께 출범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도 기쁩니다. 어린이합창단은 우리 고장의 어린이들에게 문화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참으로 큰 효과를 주리라고 기대됩니다. 합창단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시의 모든 어린이들이 문화ㆍ예술을 향수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확대될 테니까요. 그리고 음악 꿈나무들을 가꾸고 키운다는 점에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번 시립예술단 창단의 중심에 서서 예술단 창단의 산파역할을 한 박우진 씨는 이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받아들인다.
박우진=아쉽습니다. 예술이라면 여러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이번 창단은 음악, 그것도 서양음악에만 한정되었습니다. 우선 음악 세 단체로만 출발을 하려니까 다른 단체에 미안한 마음도 들고… 우리 양산에는 국악, 무용 등 무대예술의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는 예술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번에 그 분들과 함께 출발을 하지 못하는 점이 못내 아쉽지만 앞으로 멀지 않아 예술의 여러 장르가 시립예술단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여기서 잠시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아마도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낀 단체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나 보다. 그러나 어쩌랴. 이제 출발인 것을… 모든 장르를 다 아우르기에는 예산문제를 비롯한 적잖은 문제가 있었으리라. 우선 첫 출발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다 함께 지켜볼 일이 아닐까 싶다.
김=그렇습니다. 우리가 양산예술의 촉매역할을 해야죠. 우리가 먼저 가능성을 열면 곧 다른 분야에도 문이 열리겠지요. 어쩌면 앞으로 시립국악단, 시립무용단을 발족시키는 일이 우리의 활동 여부에 달려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박=이번 예술단에는 정단원 외에 일정 수의 준단원을 두게 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약간의 인건비가 절감될 것으로 보는데 그만큼의 절감예산을 지역의 아마추어예술단체를 돕는 지원금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마추어리즘에 충실한 예술가들을 돕는 것은 곧 지역 예술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일이지요. 이 분들을 소홀히 대접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서 그는 연 1회 정도 합창제를 열겠다는 구상을 밝힌다. 종전의 합창대회가 서로 우열을 가림으로써 크고 작은 불만이 야기되었던데 반해 지역의 합창단들이 심사를 염두에 두지 않고 저마다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합창제는 그야말로 모두가 기뻐할 수 있는 축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듣고 있던 김성중 씨와 백아름 씨도 고개를 끄덕인다.
김=그런 형식의 합창제라면 지역 음악인구 저변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백=어린이와 어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소리의 축제를 벌인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입니다.
△이야기가 한창 무르익다가 화제는 갑자기 관악단과 관련된 문제로 바뀐다.
박=왜 관현악단이 아닌 관악단이냐는 문제 제기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우선 가장 큰 이유가 연습공간이 없다는 점입니다. 최소 6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가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공간이 있어야 되는데 양산에는 그런 공간이 없습니다. 물론 우리 관내 대학에 그 정도의 연습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리적 여건상 자주 쉽게 이용한다는 것이 그다지 용이한 일이 아닙니다. 그 다음의 이유는 아직은 오케스트라를 구성할만한 인적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지요. 그런데 반해 관악 쪽에는 상당한 인적자원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지역의 보광고와 양주여고가 많은 인재를 배출해 왔거든요.
△그러고 보니 그렇구나. 1998년에 이미 합주부를 창단한 보광고는 경남도 학예대회 합주부문에서 3년 연속 우수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전국관악콩쿨에서 트롬본 최우수상을 두 명이나 낼 정도로 꽤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고, 또 2001년에 창단한 양주여고(새 학기부터 제일고로 교명 개칭) 역시 지난해 도 대회에서 합주부 우수상과 독주부에서 두 명의 우수상을 내는 실력을 과시한 바 있어 이만하면 관악의 기반은 넉넉한 셈이겠다.
박=궁극적으로는 관현악단을 구성해야지요. 이번 관악단은 관현악단으로 가는 준비과정이라고 보아 주었으면 합니다.
△이제 바야흐로 양산예술의 르네상스를 열어갈 이들 세 음악가들에게 있어 음악은 과연 무엇일까?
백=저는 늘 '음악하는 생활, 생활하는 음악'을 강조해 왔습니다. 생활 속에서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음악을 추구한다고 할까요. 음악을 단지 기술적으로만 가르치면 그것이 곧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래서 이번 오디션에서도 저는 어린이들의 기술적 완성도 보다는 가능성에다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김=쇼펜하우어는 '모든 예술은 음악을 동경한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음악이 모든 예술활동의 에너지원이 된다는 말이 되겠지요. 음악이 인류기원의 역사와 함께한다고 볼 때, 인류가 음악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음악은 하늘이 준 가장 큰 선물인 셈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가져다주는 폐해도 있는 것일까?
박=그렇습니다. 로마패망의 저변에는 당시 귀족사회를 병들게 했던 관능적 음악이 있었습니다. '물에도 귀가 있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물을 떠 놓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틀어 놓았더니 그 물의 입자들이 매우 정교한 파장을 일으키다가 다시 아주 빠른 템포의 전자음악을 들려주었더니 그 입자들이 매우 괴로워하며 거친 파장을 일으키더라는 실험결과가 있습니다. 젖소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 양질의 젖을 많이 내 놓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최근에는 화훼단지에서도 음악을 이용해 수확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좋은 음악은 인간의 심성을 선하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음악은 오히려 인간의 심성을 황폐하게 합니다. 오늘날의 각종 사회 병리적 현상은 거칠고 돌발적인 음악, 말초신경적인 음악과 결코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립예술단의 출범과 함께 우리 시민사회에 보다 아름답고 고운 선율이 울려 퍼져 시민들의 지치고 고달픈 삶에 한 가닥 위안이 되었으면 싶다. 더불어 양산시립예술단의 거침없는 성장과 발전이 있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