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되어 좋은 사이로 즐겁고 걱정 없이 함께 늙는 것이 백년해로다. 그런데 요즘은 이렇게 백년해로까지는 못하더라도 헤어지지 않고 한 평생 같이 살기도 힘든 모양이다. 2002년도의 이혼율이 47%를 넘어 세계 3위라고 한다. 요즘 결혼하는 사람들 두 쌍 중 한 쌍은 이혼할 것이라는 수치다. 아직 통계 수치가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2003년도의 이혼율은 이보다 더 높아졌을 것이다. 지금의 추세로 보면 세계 1위도 시간문제인 모양이다.
매스컴에서 이렇게 이혼율이 높다고 떠들어도 실감으로 느끼지는 못했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이혼율이 단순한 통계 수치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현실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쪽저쪽 사돈집, 직장 동료, 고향 친구, 학교 친구, 집안에 이혼한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두 해 전 이혼한 질녀가 지난 설에도 고향집에 오지 않았다. 삼촌네들 다 가고 나야 살짝 집에 왔다 가는 모양이다. 이혼한 것이 죄지은 것 아니지만 아직은 부끄러운 것이다.
죽고 못 살 사랑이었기 때문에 그 사랑 식고 보니 더 못 사는 경우도 있을 터이고 사랑 없는 결혼을 해서 결국 사랑 길러내지 못해 헤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한다. 그 사랑의 유효기간이 남자보다 여자가 더 짧다고 한다. 게다가 사랑이 식고 나면 헤어지겠다는 사람이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다는 발표다. 그렇다면 이혼은 필연일 수밖에 없다.
산과 물을 셋씩이나 넘어 장가든 바보 신랑이 신부 데리러 간다 고리짝에 인절미 북어 닭찜을 지고 가며 이건 인절미 이건 북어 이건 닭찜 열심히 외며 가는데 개울 훌쩍 뛰어 건너다 이름 잊었네
이놈 이름이 뭘까 눌러보고 당겼다 놓았더니 늘었다가 준다 옳구나 '늘어옴지기'구나 아무래도 이름이 안 나와 뒤로 던졌더니 소매 걸려 등을 치니 이놈은 '소매걸어등치기' 이 녀석은 내던졌더니 비둘기가 놀라 구구 푸드드득 날아갔으니 '구구푸디디기'구나
제가 지은 이름이라 잊지 않고 산 넘어 물 건너 신부 동네까지 한 달음에 닿고 보니 때마침 개울가 빨래하는 수줍은 새댁이 낯익어 고리짝 진 채 새댁 대신 앞장 선 새댁네 북슬개 따라 동네 세 바퀴 반 돌아서 사립 개구멍으로 들어선 바보 신랑
장인 어른이 한 입 먹고 맛있다며 마저 먹으려는 인절미 반쪽 뺏으며
"맛만 보라니까요." 다섯 살 어린 아들 녀석이 스무 번도 더 들었던 다음 말을 낚아채며 깔깔깔 넘어간다
그래도 아들 낳고 딸 낳고 백년해로 잘 살았단다
졸시 <이혼>전문
질녀가 이혼을 심각히 생각할 무렵 쓴 시다. 질녀에게 보냈지만 이런 시시한 시로 무얼 움직일 수 있을까. 더구나 백년해로는 혼자 하는 것도 아닌데.
잡지에 실린 것을 읽고 후배가 "형님, 요새 형수님이랑 무슨 일 있는 것 아니죠?" 걱정하는 전화 두어 통 받았던 것이 떠오른다. 그 때 심각했던 것일까?